[쿠키뉴스=권남영 기자] MBC ‘무한도전’이 최근 사회 전반에서 지적되고 있는 ‘갑을 논란’을 재치 있게 다뤘다.
14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끝까지 간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등 다섯 멤버들은 상금을 건 미션에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좌절됐다. 추격전의 최종 승자는 ‘갑’의 위치에 있던 제작진이었다.
미션은 다섯 멤버 중 한 사람이 상자를 열면 그 안에 적힌 금액만큼 상금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상금은 나머지 네 명의 멤버들의 출연료 통장에서 인출된다는 규칙으로 진행됐다. 추격전이 진행될수록 누적금은 점점 늘었다.
하지만 한 번도 상자를 열지 못한 정형돈은 결국 1300만원이 넘는 빚만 떠안게 됐다. 마지막 상자가 열리면서 제작진이 내건 상여금 1000만원은 사라졌다. 그리고 MBC에는 5500만원이란 분담금이 생겼다.
제작진을 대표한 김태호 PD는 “저희는 1000만원까지 드리려고 게임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를 찢으면 빚을 탕감해드리니 상여금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억울해 하지 않고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을’ 입장에 있는 이의 전형이었다.
그야말로 ‘무한도전’다운 사회 풍자다. 열심히 노력해도 느는 건 빚뿐이고, 남을 눌러야 내가 사는 현 사회를 추격전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거기에 제작진과 멤버들의 관계를 통해 갑을의 문제를 그렸다.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내민 계약서에는 제작진이 ‘갑’, 멤버들이 ‘을’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사인해 본인들이 을이 된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