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나와 있는 항암제는 특정 부위에 발현한 종양을 사멸시키는 표적치료제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암 치료의 면역체계가 표적이 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대한소화기암학회가 주최하는 제2회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고자 방한을 한 구스타프 가우더넥(사진) 노르웨이 오슬로 라디움 대학병원 교수는 “이제는 면역 기능을 활성화 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 조절 항암제 시대에 도래했다”며 “제약사들도 면역체계를 활용한 항암제 개발을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암치료를 위한 면역치료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항암제 제품 중 100여개의 제품이 암과 관련한 백신으로, 면역치료가 암치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사멸시키는 항암치료 백신 GV1001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GV1001은 바이오기업 젬백스가 보유한 췌장암 치료 백신이다. 1989년부터 가우더넥 교수는 ‘인간의 노화는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가설로 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과다 발현되는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발견하게 됐고 많은 시간을 소요해 백신을 개발하게 됐다.
가우더넥 교수는 GV1001의 작용 기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GV1001은 암세포에서 과다 발현되는 텔로머라제(hTERT)에서 유래된 펩타이드로 다양한 암 질환에 적용 가능한 범용적인 항암 백신이다. 텔로머라제는 세포의 무한증식을 막는 텔로미어를 유지시켜 세포 분열이 이뤄지게 만드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GV1001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췌장암 치료제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그는 “GV1001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치료제”라고 말했다.
GV1001은 지난 2000년도부터 10여개가 넘는 임상시험(1∼3상)을 미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진행했다. 2006년 미국FDA와 유럽 EMA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 치료제는 췌장암 환자의 자기 면역을 극대화 시켜 암세포를 파괴하고, 기존 화학치료제와 병용 투약 시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 시키는 항암 치료제다.
하지만 젬백스는 영국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바이오마커인 이오탁신이라는 특정 생체지표가 높은 대상 환자에서 생존일이 연장됐다는 것이 입증됐다. 가우더넥 교수는 “GV1001은 췌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오탁신 수치는 GV1001을 투여할 경우 생존기간 연장을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백신의 안정성이 입증돼 현재 진행하는 전립선암, 비소세포폐암, 흑색종에 대한 추가 적응증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