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약값에 허덕이는 환자들, 건보 적용 서둘러야

비싼 약값에 허덕이는 환자들, 건보 적용 서둘러야

기사승인 2015-03-21 14:01:55
전이성 대장암 4기 환자인 김주명(가명)씨는 기존 항암제 치료가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이에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는 새로운 치료제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주치의로부터 듣고 처방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의사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약값이 100% 환자 부담이라는 말을 전했다. 항암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 몫이 되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의 보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증의 암환자나 희귀질환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주는 약은 많지 않다. 특히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치료효과를 내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치료제보다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은 적다는 장점이 있으나, 상당히 고가의 약이다 보니 환자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환자, 의사는 늘 신약 사용을 놓고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19종의 표적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정부에서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면 환자는 이 중 5%만 부담하고 나머지 95%는 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치료제가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해 획기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고가의 약값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 환자들이 생명연장의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환자는 “대장암 말기인데 표적항암제가 100% 자비여서 부담이 커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놓였다”며 “정부가 암환자에 대한 보장성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이석환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의사들도 치료 효과가 좋은 표적항암제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환자에게 쉽게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증암 환자에게도 치료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표적항암제의 보험급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역시 지난해 12월 17일 입법예고 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안)’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KRPIA는 “환자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및 항암제의 혜택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경제성평가 면제 조항의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들 단체는 “실제 식약처에서 3상 조건부 없이 허가를 받은 항암제는 거의 없어 경제성평가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3상 조건부 항목은 삭제돼야 한다”며 “환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4대 중증 질환에 희귀 질환을 포함해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중 ‘재정적인 이유로 제한돼 있던 치료제의 급여기준을 의학적으로 필요한 만큼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비급여 신약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하는 사이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원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을 거두고 있다. 양심적 의사들은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항암제 치료에 필요한 보험급여 적용은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정부가 항암치료 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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