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상당수는 체중 감소가 동반됩니다. 환자가 독한 항암제 치료의 부작용을 이겨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잘 먹어야 합니다.”
박원철 원광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암환자의 대부분은 식욕 부진에 의한 영양 결핍에 시달린다”며 “환자가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해야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환자의 체내에선 항암제의 지원을 받은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항암치료는 암환자라면 누구나 겪는 힘든 과정이다. 항암제 투여로 인해 탈모, 피부이상, 구토 등의 각종 부작용을 호소한다. 이러한 독한 항암치료에 맞서 몸이 견뎌내기 위해서는 환자 몸에 충분한 영양이 보충되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때는 양질의 식단관리를 통해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제대로 영양을 보충하지 못해 체력 부진을 겪는다.
암환자의 체중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박 교수는 “암환자의 15% 정도가 심각한 체중감소를 겪는다”며 “체중감소는 환자의 생존율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기에 체중이 줄어들지 않도록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환자 중 상당수가 악액질(암 등의 말기에서 볼 수 있는 전신쇠약증세)로 인해 사망한다.
그는 잘 먹는 환자들이 독한 항암치료도 잘 견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많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실제 주요 학계연구를 살펴보면 식도암이나 구강암, 폐암 등에서 영양상태가 좋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최대 40%까지 높다. 결국 이는 체중감소와 암치료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환자의 체중감소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도구도 있다. SNAQ(The Simplified Nutritional Appetite Question-naire)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미리 체중감소가 있는 환자들을 판별할 수 있다. 이 조사는 1분 안으로 측정이 가능하며 80%의 정확도를 보인다. 이 조사를 통해 체중감소로 판명된 환자들은 집중적인 영양관리를 시행한다.
박 교수는 환자들 중에서 잘 먹지 않아 체력이 고갈돼 항암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영양실조로 치료가 중단되면 암이 급속도로 증식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의료진과 전문 영양사의 처방에 따라 식단을 관리하는 게 필수다. 식욕부진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암환자에게는 식욕부진 개선제를 섭취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실제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65세 여성의 경우 항암치료 과정에서 식욕이 없어 체력이 급격히 저하돼 있었다. 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위한 식욕부진 개선제를 처방하자 잘 먹게 되면서 체력이 향상됐고 암 치료를 잘 견뎌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결국 면역력을 높여야 암도 잘 치료할 수 있다”며 “면역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제철 과일, 고기 등 음식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서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