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왕년 내가 말이야?” 한때 잘나가던 백화점들의 굴욕

[봉기자의 호시탐탐] “왕년 내가 말이야?” 한때 잘나가던 백화점들의 굴욕

기사승인 2015-04-01 14:06:56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왕년에 내가 말이야, 날렸지~” 그런데 지금은?

한때 잘나가던 백화점들이 매출하락으로 줄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백화점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증권사들이 보는 백화점들의 향후 전망도 썩 좋지 않습니다.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마케팅 비용도 확 줄였습니다. 보통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요. 물론 돈이 될 것이란 것을 미리 예견하고 비용을 쏟아 붓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유통수수료 장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별도로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지요. 제조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데요, 그래서 이 업계의 주 마케팅은 제품 판촉이나 세일 홍보 등 입니다. 다른 말로하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출이 하락이 이어지니 롯데백화점 같은 경우 마케팅비를 2013년보다 2014년에 453억원을 줄였습니다. 롯데백화점의 2014년 마케팅 비용은 3089억원이었습니다. 대표 ‘짠돌이’ 기업 롯데가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면 현대백이나 갤러리아 신세계 등은 보나마나겠지요.

마케팅비를 줄이면 수익성이 개선될까? 하는 마음에서 쥐어짜고 짠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의 불황이 워낙에 큰 데다, 해외직구족들이 늘어 매출 하락의 골을 더 깊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매출 하락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현대백화점의 경우 김포에 아웃렛을 오픈하기도 했지요. 현재 분위기는 ‘대박?’ 예감입니다. 주말에 소비자들로 몰려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실제 가서 봤을 때도 정말 많은 소비자들이 정신없이(?)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 소위 이런 것을 두고 ‘오픈 빨?’이라는 은어를 쓰기도 합니다만, 최근 백화점들의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매출 하락의 위기를 이렇게라도 채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덕분에 그 지역 중소상인들이 죽을 맛인데요. 하지만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소상공인들의 먹거리를 대기업에서 가로채가겠습니까? 특히 이런 논란이 생기면 오히려 백화점 측에 좋을 리 없지요. 투자대비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오히려 투자를 하고도 구설수에 오르는 격이니까요. 그래서 현대백화점의 경우 그 지역 상인들과 타협해서 그 지역에 사회공헌과 또 소상공인들이 주로 취급하는 제품은 아웃렛에 입점을 안 시키는 것으로 했다고 합니다. 매출 하락으로 돈에 아무리 눈이 멀게 된다지만 남의 밥그릇까지 꿰찼다간, 국민정서법이 가만 안 두겠지요?

또 백화점들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즘 한참 경쟁이 치열한 면세점 입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도 하지요. 정말 눈에 불을 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매출 역신장으로 인한 세일 경쟁 치열


백화점들 스스로도 매출을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바로 세일 경쟁입니다. 벌써 봄? 네 맞습니다. 봄이 벌써 우리 곁으로 다가왔지요. 덕분에 백화점들의 세일 경쟁도 치열합니다.

보통 백화점은 겨울이 되면 매출이 증가합니다. 겨울 옷값이 웬만큼 비싼가요?! 또 크리스마스에 신년까지 당연히 매출이 늘겠지요. 그런데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겨울은 옷을 덜 사게 되는 요인이 됐고, 결과적으로 매출이 오르지 않았지요. 그 때 못 팔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할인전쟁을 펼치기도 했지만, 상황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백화점들이 당시 물량을 봄에 해치울 순 없으나 봄 신상품과 함께 이월 상품을 지난달 말부터 풀었습니다. 규모도 역대 최고라고 합니다.

롯데백화점은 2일까지 유명 브랜드 10~20% 세일하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는 잡화·패션·식품 등 150여개 브랜드 120억원 상당의 제품을 기존 가격보다 50~80% 싸게 파는 ‘2015 블랙 프라이데이’를 엽니다. 현대백화점도 5일까지 전체 입점 브랜드의 70%가 참여하는 할인 행사를 실시합니다. 봄 이사·혼수 시즌을 앞두고 침대·책상·장롱 등을 최대 50% 할인하는 '봄맞이 인테리어 제안전'을 서울 목동점에서 열고 있습니다.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이벤트도 다양합니다. 롯데백화점은 10억원의 현금을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상품을 사지 않아도 백화점을 방문하기만 하면 응모할 수 있습니다.

매출 역신장이란 말은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진다는 말입니다. 백화점들의 이 같은 세일행사와 다양한 이벤트는 역신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간힘입니다. 한때 잘나가던 백화점들의 굴욕이 이 정도에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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