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장동민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PC방 창업의 대가인 유상무에게 배워 아무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 보라.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소위 ‘쉴드(Shield·한 명 또는 특정 집단이 비난 혹은 공격 등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 그를 보호한다는 뜻)’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은 최악이다. 그런데 해명이 가관이다. 장동민 측은 한 매체를 통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앞선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사건 이후 장동민도 많이 반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동민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호소하고 싶겠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유세윤·유상무와 결성한 ‘옹달샘’은 여성 비하 트리오로 전락했고, 길·노홍철 대타를 뽑겠다는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는 후보 한 명 때문에 이미 역대급 도전에 직면했다. 정말 장동민을 최종 식스맨으로 선정했다가는 여성 시청자들을 전부 포기해야 할 분위기다.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모든 예능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면 본인이 진솔하게 어떤 입장을 내놔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로 덮일 사안이 아니다.
비슷한 예가 있다.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 비하·욕설·폭언을 일삼은 김구라는 문제가 불거지면 어김없이 사과·하차·자숙을 반복했다. 가난한 시절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행위라면서도 본인의 태생적 한계를 솔직히 시인했다. 장동민은 2004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무명 시절이 있긴 했지만 김구라처럼 생활고에 시달려 벌인 일탈이라고 보기 힘들다. 당장 문제의 발언이 나온 팟캐스트는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 콘텐츠였다. 그나마 김구라는 정치·사회 풍자를 섞어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장동민의 여성 비하·군 폭력 발언은 특정 집단의 수사를 받을 수준이다. 시민단체가 바쁜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장동민은 방송국이 키웠다. 김구라가 독보적인 독설·비판·냉소 이미지로 휘젓고 다닐 때 방송가는 김구라의 높은 출연료를 대신할 일종의 대체재가 필요했다. KBS ‘개그콘서트’로 다진 기본기에다 아슬아슬한 수위의 직설적인 화법을 대놓고 날리는 장동민은 보급형으로 아주 훌륭했다. 애시당초 김구라의 전력을 알면서도 그를 계속 기용할 수 밖에 없었던 방송가가 또 한 명의 ‘괴물’을 키운 셈이다.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출연한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은 장동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데 그 지경이 됐다. 장동민은 지금이라도 김구라를 찾아가 사과·하차·자숙에 관한 매뉴얼을 익히길 바란다. 무리하게 식스맨에 도전하다 시즌 아웃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