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치료, 정신건강 악화 요인… 정신건강관리와 병행하면 치료 효과 ‘UP’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자영업자 진종운(67·남)씨는 20대 초반에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질환은 만성으로 발전해 40대 중반 투석치료를 시작했고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50대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우려와 달리 진씨의 수명은 70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진씨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늘 엄격하게 제한되는 식단과 생활습관을 감수해야 하고, 금전적인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는 진씨는 “가족들이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때때로 나를 짐처럼 취급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달 초 발표된 2014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1만451명 중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만성질환자의 심리상태는 일반인들과 달리 심리사회적 요인과 함께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오랜 시간 치료를 받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건강 측면의 문제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질환자가 가장 고통을 받는 부분은 질환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 충격과 신체 기능 및 외형 변화에 따른 자존감 저하다. 질병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장기화되면 극심한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같은 변화는 치료에 대한 무기력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립감도 만성질환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입원치료로 인해 가족과 분리되거나 직장을 그만두면 자신감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가족이나 동료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 같다’는 부담감에 염려와 공포도 감당해야 한다. 병이 언제 나을지 모른다는 걱정, 친밀한 타인들로부터 소외된 것 같다는 불안 등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만성질환자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면 그 자체로 사망률이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치료 순응도 역시 저하된다. 만성질환자 치료에 정신건강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질환에 노출된 시간이 긴 고령의 만성질환자는 신체와 정신 모두에 극심한 변화를 겪으면서 불안감과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를 부양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자세는 ‘일관성’이다. 열린 마음을 갖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가족들 또한 적절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며 질환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일관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기관이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만성질환자의 정서적 불안은 전문 의료기관의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노인 만성질환 중 두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관절염은 생활에 제약이 크고 통증이 심각해 질환의 발생 이전과 이후 삶의 질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의 정도에 따라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후유증이나 사망의 위협이 높은 뇌졸중은 질환 자체의 심각성이 던져주는 충격과 공포도 크지만 뇌손상 부위에 따라 신경전달물질에 변화가 생겨 우울한 기분이 될 수 있다. 장기치료율이 높은 신장질환 역시 말기에 이르러 요독소가 증가해 우울증이 발현할 수 있다. 생물학적 원인으로 정신건강 손상이 우려되는 질환은 약물치료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기관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 과장은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에 있어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만성질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는 치료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증진시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만성신부전증, 치매, 암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질환에 대한 심리적 적응을 돕고 있다. 이 밖에도 입원 환자들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풍선아트테라피, 원예테라피, 웃음테라피, 종이접기테라피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힐링콘서트’, ‘암예방 쿠킹레시피’ 등 행사를 통해 환자 및 보호자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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