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금호타이어 손 잡으면 아주 대단한 ‘여성 비하 광고’ 나오겠어요 [조현우의 PPL]

SK텔레콤과 금호타이어 손 잡으면 아주 대단한 ‘여성 비하 광고’ 나오겠어요 [조현우의 PPL]

기사승인 2015-05-26 17:36: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SK텔레콤은 최근 ‘이상하자’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30초 남짓 상품을 소개하는 천편일률적인 기존 광고에서 벗어나 영상 하나하나가 모여 연속된 이야기를 구성하는 ‘드라머타이징(Dramertising)’ 기법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머타이징은 드라마(Drama)와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1990년대 가수 조성모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가요계에 유행처럼 번졌던 기법이다.

‘이상하자’ 광고에 대해 SK텔레콤은 ‘이상(異常)’한 시도로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以上)’의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상(理想)’적인 통신회사가 되겠다며 만든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다. 그저 퓨전 사극 형식에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광고인 줄 알았는데 의미 부여와 자신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상하자’의 동생 격인 ‘T로밍’ 광고를 보면 SK텔레콤은 이상적인 통신회사에서 한참 멀었다. 남녀관이 아주 괴상하기 짝이 없다. 요즘 방송가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배우 손호준이 원톱으로 출연한 이 광고는 남녀 연인 두 편이 이어져 있다. 여자친구가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자 남자친구는 혹시 여자친구가 이탈리아 남자들과 어울릴까봐 T로밍을 선물한다. 뭘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는 일종의 단속용이다. 반면 남자친구 편에선 외국에 나갔을 때 현지 여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T로밍이 필요하다고 주지시킨다.



T로밍 못지않게 괴이한 남녀관을 가진 광고는 또 있다. 금호타이어 마모수명보증제 광고가 대표적이다. 이 광고는 자체 캐릭터를 동원해 ‘전구 교체할 땐 아빠, 컴퓨터 교체할 땐 오빠, 타이어 교체할 땐 타이어프로’라는 나레이션을 삽입했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캐릭터는 머리에 리본을 달고 기뻐하기만 한다. 여성을 지나치게 남성 의존적인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공책 한 권도 무겁다고 오빠 부르던 네가 오겠다고?’라는 포스터 문구를 선보인 코오롱스포츠나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옥외광고를 추진한 웅진식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성 비하다.

광고계 입장이 궁금했다. 광고업계 관계자 A씨는 T로밍 광고에 대해 “과장과 역설, 중의는 그동안 수많은 광고에서 쓰인 장치다. 시트콤적인 성격을 너무 가미하다 다소 오버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다른 관계자 B씨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B씨는 “왜곡된 남녀관이 투영된 광고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진다. 광고업계에 여성 비율이 적은 탓도 있지만 마초적인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T로밍 광고를 제작한 SK텔레콤이든 타이어프로 광고를 제작한 금호타이어든 온라인 여론에 무척 무심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독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들이 많았다. 지난 2월 인터파크는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21.2%, 2주 전보다 131% 각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IS(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계기로 SNS에서 페미니즘 논란이 불붙자 관련 서적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광고는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30초의 예술’로 불리며 이익에 가장 직결되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재기발랄한 시도는 좋지만 노이즈 마케팅을 겨냥한 논란이나 왜곡된 관점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다양한 여론의 흐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상적인 통신회사를 지향하는 SK텔레콤이나 품질 혁신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금호타이어에게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두 대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아주 대단한 여성 비하 광고 한 편이 나올 것도 같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