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숫자 발언은 결국 삭제됐다. 18명을 15명으로 잘못 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1시간 앞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메르스 감염이 1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힌 것과 대조돼 빈축을 샀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엔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청와대 정보 수준이 드러난다’ ‘여당도 아는 숫자를 틀리다니 얼마나 의사소통이 안 되는지 알겠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20150601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모두말씀)’에는 박 대통령의 메르스 환자 숫자 언급이 아예 빠져 있다. 일부가 삭제된 편집본을 올린 것이다. 3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방역 체계’를 ‘병역 체계’로 잘못 읽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대통령이 편집이라니 굴욕’ ‘앞으로는 회의 예행연습을 해야 할 듯’ ‘방역과 병역을 헷갈리다니’ 등 거세게 비판했다.
한편 메르스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하는 등 공포가 현실이 되면서 2일에 이어 3일에도 온라인은 분노로 가득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30명이다. 이 중 3명이 3차 감염자다. 감염 의심자는 398명에 달하고 격리자는 무려 1364명(자택격리 1261명·기관격리 103명)에 이른다. 격리자는 하루 만에 573명이 증가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게시물로 이미 포화 상태다. 2일 메르스 사망자가 나오는 등 확산 일로에서 박 대통령이 전남 여수에서 열린 창조경제센터 출범식에 예정대로 참석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냉소적인 온라인 분위기는 박 대통령 조롱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낙타와 접촉을 피하라는 질병관리본부의 황당한 메르스 예방법은 지난 3월 중동 순방 당시 낙타고기 요리를 먹은 박 대통령을 희화화 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달 14일 미국 순방 일정을 박 대통령이 예정대로 떠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게시물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책임지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