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기해야 하나… ‘메르스 암초’ 걸린 朴대통령 방미

미국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기해야 하나… ‘메르스 암초’ 걸린 朴대통령 방미

기사승인 2015-06-09 15:21: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감염자가 속출하는 등 사태가 확산 일로에 있는 가운데 14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14~18일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16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문제, 한미 동맹 강화 방안 및 6자회담 재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미국 방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국민들은 마스크 구하러 뛰어다니는데 대통령은 외국 나가나’ ‘메르스 해결될 때까지 연기하라’ ‘외교 결례가 국민 보호하는 것 보다 중요한가’ 등 날선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유럽 출장 일정을 취소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교하는 게시물도 급증했다. 박 시장은 11일부터 21일까지 예정됐던 유럽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메르스 방역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일제히 방미를 연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종걸 원내대표는 9일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대통령께서 국민의 고통과 함께 한다는 성정만 가지고 계신다면 왜 지금 방미하는 것을 반대하겠나”라고 밝혔다.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 국민적 불안감은 커질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또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 주가 (메르스 사태) 고비라고 했을 때 대통령께서 편히 다녀올 수 있겠는가”라며 “외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할 때 특히 정부의 잘못으로 불안할 때 대통령께서는 방미를 취소하시든지 연기하시든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군기 의원은 “현 상황에서 (방미는) 부모가 생사를 넘나드는 아픈 자식들만 남겨두고 집을 떠나는 것과 같다”며 “미국 방문은 청와대가 결정할 일이지만 박 대통령은 메르스 안전 종식을 위해 출국 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도 “지금 한미 현안이 꼭 미국을 바로 가야할 정도로 시급하지는 않다”면서 “메르스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방미 일정을 연기하고 민심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청와대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청와대나 외교부에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 위원장인 이명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메르스 문제가 더 확산된다면 그런 문제(방미 연기)도 확실히 고려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책임지고는 있지만 시스템만 잘 구축됐다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데 자꾸 왜 대통령만 쳐다보느냐”고 야당 공세를 반박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방미 연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이 국내에서 메르스를 퇴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메르스 사태 확산 추이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아예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일정을 단축하는 정도는 고려해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온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방미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의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현장 상황을 더 검토하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게 좋겠다”면서 “다만 미국에 중요한 일정이 많이 잡혔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황 후보자는 연기해야 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꼭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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