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박근혜 번역기’ 나왔다… 방미 취소에 “공석이 도움될 때가 있다” 조롱

메르스 사태에 ‘박근혜 번역기’ 나왔다… 방미 취소에 “공석이 도움될 때가 있다” 조롱

기사승인 2015-06-10 13:42: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에 ‘박근혜 번역기’가 등장했다. 박 대통령 발언을 해석한다는 취지지만 조롱 성격이 강하다.

‘박근혜 번역기’ 페이스북 배경화면은 대선 당시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패러디한 ‘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다. 이 페이스북 개설자는 “최고존엄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을 번역하는 페이지”라며 “본 소프트웨어는 집단지성을 이용한 인공지능입니다. 여러분이 의견을 남겨주시면 더욱 멋스럽고 완성된 번역을 제공됩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5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페이스북은 10일 현재 ‘좋아요’ 2만5000건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 발언을 번역하는 방식은 이렇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많은 유언비어와 SNS 상의 사실과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도 단단히 대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면서 “힘든 병마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가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상황을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번역기’는 이를 “정부가 무능하다는 많은 사실들이 SNS로 퍼지고 있습니다. 더 많이 퍼지지 않게 택배를 동원해 단단히 대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힘든 병마를 이겨낼 수 없는 건 결국 정부의 대처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가 있으면 우주가 도와줘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지금 욕먹고 있는 이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서 미국에 갈 것입니다”라고 ‘속마음 번역’으로 풀이했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어린이들을 만난 박 대통령이 건넨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는 ‘박근혜 번역기’의 단골 패러디 대상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전격적으로 미국 방문을 연기하자 이 페이스북은 “막상 미국을 안 가신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라며 “사회 생활을 해보니 때로는 누군가의 공석이 도움될 때가 있더라고요”라고도 했다.

‘박근혜 번역기’가 별도로 풀이하지 않은 발언도 있다. 페이스북 개설자는 7일 “번역이 필요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완벽한 워딩을 찾았다”면서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을 올렸다. 당시 박 대표는 “국가가 가장 기본적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04년 근혜가 2015년 근혜에게’라는 부제의 이 글은 7000여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박근혜 번역기’ 외에도 페이스북에선 ‘달변가 그네’가 박 대통령 화법을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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