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영국 유명 배우 크리스토퍼 리(93)가 지난 7일(현지시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지난 3주간 심부전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런던의 첼시 앤드 웨스트민스터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런던의 켄싱턴 카운슬은 그가 지난 7일 사망했음을 확인하는 서류를 발급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약 50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단역에 그치면서 오랜 기간 무명 시절을 보냈다.
무명 배우 크리스토퍼 리를 세계적 스타덤에 올려준 건 해머르사가
제작한 1958년 공포영화 드라큘라.
대사가 13차례밖에 불과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배우인 195㎝ 거구와 매부리코에서 뿜어져나오는 그의 위압감은 관람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브램 스토커 원작 소설 ‘드라큘라’를 영화화한 후속편에서도 계속 출연하며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나중에 그는 드라큘라 백작 이미지가 너무 오래 기억되는데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게 와서 ‘당신이 나온 영화를 모두 봤어요’라고 한다. 그럼 나는 ‘당신 다 안 봤군요’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또 컬트영화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위커 맨’에서 이교도 지주 역을 맡는 등 수많은 공포 영화에서 인기를 누렸다.
그러던 그는 1974년 제임스 본드 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스카라만가 역을 맡으며 공포 장르 바깥으로 외연을 넓혔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주로 TV에서 활동했다. 그가 출연한 미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시리즈는 약 3500만명이 시청했다.
그러던 그는 2001년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역을 맡아 스크린에 복귀했다. 세편의 시리즈에 연속 출연했다.
영국 판타지 소설가 JRR 톨킨의 광팬인 그는 매년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었다면서 수십년 동안 간달프 역을 해보고 싶었다는 꿈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출연진 중 유일하게 톨킨을 직접 만났다.
그러나 말을 들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전투하는 간달프 역을 소화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고령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나중에 감독 피터 잭슨은 마지막편 ‘돌아온 제왕’에선 그의 ‘짜증’에 사루만이 나오는 장면들을 줄이기도 했다. 그의 모습은 초반에 7분 정도만 나온다.
또한 스타워즈Ⅱ 시리즈 두 편에서 두쿠백작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80대에 이르기까지 250여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한 그는 2009년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