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개봉을 연기했다는 해명은 결국 핑계에 불과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는 관객 27만4747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23억6385만3600원, 매출액 점유율은 74.1%에 달했다. 뒤이어 ‘샌 안드레아스’(전날 관객 4만320명·9.7%)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매드 맥스4)’(2만783명·5%) ‘스파이’(1만8741명·4.5%) 등 외화들이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쥬라기 월드’의 개봉 첫 날 독보적인 흥행으로 메르스 때문에 관객이 급감했다는 일부 영화계 주장은 머쓱하게 됐다. 특히 “최근 메르스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개봉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당초 10일에서 24일로 개봉을 2주나 연기한 ‘연평해전’은 개봉도 하기 전에 체면을 구겼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메르스 대응에 실패하면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애국심 카드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면서 “‘쥬라기 월드’ 등 외화들과의 대결이 부담스러웠고 개봉 전 예매율도 낮아 흥행을 노리기 위해 개봉을 미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극장체인 한 관계자도 “‘연평해전’이 개봉을 연기하는 바람에 오히려 ‘쥬라기 월드’ 상영관이 더 늘어났다. 원래 일정대로 개봉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연평해전’발(發) 나비효과에 다음주부터 줄줄이 개봉하는 ‘극비수사’ ‘경성학교’ ‘소수의견’ 등 한국 영화들도 비상이 걸렸다. ‘연평해전’ 개봉 연기로 극장가가 ‘쥬라기 월드’ 세상이 된 가운데 이달 말 4개 작품이 몰려 상영관을 두고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봉 초반 기세가 부진할 경우 일찍 막을 내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마케팅 부담만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개봉 전 예매율을 선점하기 위한 온갖 꼼수가 횡횡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