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장항석 교수가 전하는 수술 후 치료 관리
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자, 국내에서 급속도로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암이 있다. 바로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린 암으로 일명 '거북이암'이라고 불린다. 갑상선암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지만 장기간 경과 후에는 재발되거나 전이되는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갑상선 암 수술 후에도 끝이 아니다. 암의 재발을 막으려면 치료 이후에 꾸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갑상선암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 5월 22일에 진행된 '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강좌에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의 장항석 교수(연세대 의대 외과)가 강연자로 나서 '갑상선암, 그 이후의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암 수술 후 치료와 관리법에 대해 환자들에게 소개했다.
◇갑상선암 재발 방지 중요=갑상선암은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비교적 치료성적이 좋은 암이다. 그러나 암 수술 이후, 여전히 대다수의 환우들은 괜한 공포와 잘못된 지식으로 ‘실체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장항석 교수는 “환자들이 잘못된 지식으로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고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아는 것이 힘이다.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을 제대로 알아야 수술 후 관리에 대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에서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며 “암 수술 후 평생동안 지속적인 몸 관리가 중요하다. 재발을 방지하고 잔존, 혹은 재발된 병소를 치료해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게 최종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수술 후 부작용’이다. 장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한해 100개 케이스 이하로 수술하는 의사에게 80%의 환자가 수술을 받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수많은 수술케이스가 있는 의사들이 있다. 이미 90%가 넘는 환자들이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고 있으며 수술 후 부작용을 겪는 환자는 1% 내외인만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수술 후 재발 위험에 대비해 꾸준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 시카고대학에서 27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암의 재발률은 27%였으며 평균적인 재발 시기는 8.1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의 11%는 수술 후 20년 이후에도 재발된다. 때문에 수술 후 재발과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수술 후 부작용과 재발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이며 해결법은 무엇인지 본질을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갑상선암은 병기가 높을수록, 원격전이가 일어날수록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갑상선암이 발견 돼도 환자가 자의로 판단해 수술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2∼3㎝의 작은 암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만 나중에 커지면 겉잡을 수 없이 위험해진다. 이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은 곧 사람 목을 졸라 서서히 죽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한 환자의 경우 30년 전 목에 작은 이물감이 만져졌는데 내버려뒀다. 알고보니 ‘미분화’ 갑상선암이다. 결국 암이 핸드볼공 크기로 진화해서 생명이 위태로웠다. 초기에 수술을 하여 암이 커지거나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수술 후 보존치료…갑상선호르몬 치료와 방사성 요오드 치료= 갑상선암 수술 후에는 재발을 방지하고 잔존 혹은 재발된 암세포를 치료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완치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갑상선암 수술 후 보조 치료는 크게 갑상선 호르몬 치료와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있다. 갑상선 호르몬 치료는 신지로이드 복용을 말한다. 수술로 인한 갑상선 절제로 체내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고 갑상선호르몬을 투여해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해 갑상선 분화암의 성장을 억제하여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그는 수술 후 갑상선 호르몬의 적정 농도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지로이드 복용 시에도 주의사항은 있다. 장 교수는 “아침식사 30분에서 1시간 전 일정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만약 복용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생각난 시점에 바로 복용하면 된다. 갑상선 반절제 환자도 병기1에 준해 재발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복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의 일차적인 치료는 갑상선 절제수술이다. 하지만 수술을 통해 눈에 보이는 갑상선을 완전히 절제했다 해도 아주 적은 양의 갑상선 조직이 남아 있다가 서서히 자라 암이 재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암 조직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어서 필요에 따라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해 남아 있는 갑상선 조직이나 전이된 암조직을 파괴하게 된다. 장 교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표적치료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치료는 임신과 수유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환자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치료 4주전부터는 갑상선 호르몬 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갑상선기능저하 증상을 겪는다. 이때 일상생활 활동이 힘들고 운동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장 교수는 “실제 많은 환자들이 요오드를 복용하는 날을 가장 힘들어한다. 이는 요오드 약을 복용해서가 아니라 호르몬제 중단으로 인해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할 때 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인간 재조합 갑상선 자극 호르몬인 타이로젠 등을 투여하면 호르몬제 중단 없이 치료가 가능하며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겪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방지하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치료가 끝나면 재발 방지를 위해 혈청 글로불린 검사, 초음파 검사, 요오드 전신스캔 등을 통한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보통 수술 후 처음에는 3∼6개월마다, 5년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진행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 도중 임신을 해도 될까. 장 교수는 “방사성 요오드는 투여 후 그 효과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므로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피임해야 합니다. 치료 후 1년 후부터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오랫동안 검증됐으며,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치료법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주치의와 상의 후 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이 재발된 경우 80%가 국소 재발, 20%가 원격 재발이 일어난다. 국소 재발은 재수술이 가능하지만 암이 다른 장기로 원격 재발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이 먼지 같이 퍼져 있거나, 분화가 나쁜 암, 암이 불완전하게 절제됐을 경우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갑상선암을 초반에 얕잡아보고 치료를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 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 언급했다. 갑상선암 환자는 통증, 식욕 저하, 피로감 등의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불면,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 증상을 함께 겪는다. 이에 따라 가족과 직장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장 교수는 “신체 증상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의사의 판단을 믿고 치료에 적극 임하면 완치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