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무명 배우 두 사람의 비극에 온라인이 충격에 빠졌다.
22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연극배우 김운하(40·본명 김창규)가 지난 19일 오전 9시20분쯤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3개월여 전부터 이 고시원에 거주했으며 심부전증 등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고시원 총무가 숨진 김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됐을 당시 사망한지 4일~5일 가량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생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전 극단에서 받은 월급은 30만원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연극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갔으며 불안정한 수입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김씨의 유작 ‘인간동물원초’는 2015 서울연극제 솟아라미래야 부문에서 연출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 시신은 관련 법률에 따라 한 달간 영안실에 보관된다.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화장된다.
다음날 배우도 판영진(58)씨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판씨는 지난 22일 오후 11시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이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했다.
숨진 판씨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판씨는 지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판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판씨는 2008년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의 주연배우로 출연한 바 있다.
이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생전 판씨가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4월 28일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나다. 모든 게 나로 시작돼 나로 끝나는 게 인생사이기에”라고 적었다. 30일에는 “내 평생 화두는 ‘이 뭐꼬’ 단 한 번 살다가는 세상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니 난 복 받은 놈”이라며 “궤변 같겠지만, 세상 살면서 함부로 자신의 기준치만으로 고정관념을 갖지 마라. 이 세상에는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 무수히 존재하거늘”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5월 2일에도 “어제는 가서 좋고 내일은 오니 좋고 오늘은 뭐든 할 수 있어 좋다”며 “난 지금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건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좀 이해가 간다. 흔들리며 사는 게 삶일 게다”라고 적었고 6일에는 “나에게 고하는 말. 뒤돌아보지 마라. 멍충아”라고 했다. 6월 19일에는 “저 잡풀은 잡풀이요. 저 소나무는 소나무요. 잡풀이 어찌 소나무가 되리요. 혼신을 다 한들 개체의 한계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왜 이렇게 먹먹하냐”는 내용의 글과 함께 김운하씨 대학동창이 그린 고인을 추모하는 만화를 링크를 게재했다.
앞서 진 교수는 전날에도 김씨 죽음을 알리는 기사를 링크하고 ‘연극배우 김운하씨, 숨진 지 5일 만에 발견’이라고 원래 제목과 다른 제목을 달고 “기사 제목엔 ‘무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가시는 길에 그 이름이라도 불러 드리는 게 예의인 듯 싶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두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에 ‘이름을 꼭 불러 드리겠다’ ‘이름을 기억하겠다’ 등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