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기억도 못하시는데 절필하세요” 불난 인터넷에 기름 끼얹은 신경숙 해명

“표절 기억도 못하시는데 절필하세요” 불난 인터넷에 기름 끼얹은 신경숙 해명

기사승인 2015-06-24 00:10:5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표절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52)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인터넷은 격앙된 비판이 쏟아졌다.

신씨는 23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자신이 발표한 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15년 전인 지난 2000년 정문순 문학평론가가 ‘전설’과 ‘우국’이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도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2000년에 그런 글(표절을 지적하는 글)이 실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읽지도 않은 작품(우국)을 갖고 그럴 리가 있나, 생각했기 때문에 읽지 않았다”며 “그 때 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소설가 이응준(45)이 지난 16일 다시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 대응하지 않은 데 대해선 “오래 전에 한 번 겪은 일이어서 15년 전과 같은 생각으로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며 “나에 대한 비판의 글은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많이 읽지 않았고, 못 읽는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작품 전반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표절 의혹과 관련, “어떤 소설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싶은 대목이 나오고 심지어 에피소드도 똑같을 때가 있다”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른 글의 대목을 따왔다고는 인정하지는 않았다.

또 기존 시의 제목을 소설 제목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시에서 제목을 따 오는 일은 당시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며, 시인이 제 친구였던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게 잘못된 일이었다면, 혹시 섭섭한 마음을 가졌다면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을 비롯해 제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제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탓”이라고 밝혔다. 또 출판사와 상의해 문제가 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으며, 문학상 심사위원직을 비롯해 모든 직을 사임하고 자숙하겠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작품 활동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라며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씨의 애매모호한 해명은 불난 인터넷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게 사과인가’ ‘도대체 표절을 했다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독자들에게 사과할 때도 밀당(밀고 당기기) 하나’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 ‘정치인 사과 보다 더한 수준’ ‘그 정도 기억도 못하면 절필하라’ 등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 사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교하는 게시물도 많았다. ‘짧고 간결한 사과문’ ‘그래도 꽤 진심이 느껴졌다’ 등 반응이 나왔다. 최근 데이트 폭력 사건에 휘말린 진보 논객 한윤형씨의 사과문이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도 회자됐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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