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배우 이시영이 치명적인 루머에 휘말렸다. 여성 연예인에게 경악할 만한 문구로 가득했지만 확산 일로로 치닫던 기존 사례와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속칭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던 이시영 루머는 충격적이었다. 소속사가 이시영의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갈등이 빚어져 이를 빌미로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시영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해 검찰이 수사중이고 한 일간지가 취재에 나섰다고도 했다.
곧바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달아올랐다. ‘이시영 동영상’이라는 단어가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찌라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일단 소속사 대처가 발빠른 편이었다. 이시영 소속사 측은 30일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현재까지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루머가 계속 돌아다니고 있지만 초기 진화 의지는 확실히 내비쳤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다. 과거에도 찌라시는 숱하게 돌았고 연예인과 계약한 소속사라면 이 정도 대응은 기본으로 했다. 이시영 루머가 진정세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온라인 분위기였다. ‘섹스 동영상’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신중론이 대세였다. 성적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음모론을 경계하는 시각이 많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정국이 채 끝나지 않았고 국회법 개정안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당청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부당거래’ 속 “연예인 마약 사건이 하나 있어. 그게 터지면 얘기가 묻혀서 잘 풀릴 거야. 걱정하지 말고 어깨 펴고 다녀”라는 대사도 회자됐다. 시끄러운 시국이 찌라시로 직격탄을 맞은 이시영을 도와준 셈이다.
평소 이시영 이미지도 한 몫 했다. 지난 2010년 복싱을 다룬 한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시영은 이후 괴이할 정도로 복싱에 매달렸다.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했을 정도다. 비록 탈락했지만 11월 재도전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가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그저 이색 도전일 것이라고 치부한 대중에게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복싱에 매달린 이시영의 모습은 뭔가 열심히 노력하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워줬다. 인터넷에 동정 어린 게시물들이 쏟아질 법도 하다.
보통 루머는 세간이 경악할 정도로 사실로 드러나거나 악의적인 최초 유포자 검거로 막을 내린다. 간혹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자작극으로 밝혀져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연예인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다. 돌발변수에 맞서려면 리스크 관리 보다 평소 이미지가 중요하다. 복싱에 대한 열정과 복잡다단한 정치권이 이시영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