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복지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부가 직접지원이 아닌 이자를 받는 의료기관 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소관 추경 예산안 1조원 중 메르스와 직접 관련된 예산이 7283억원이고, 그 중 55%인 4000억원이 메르스 발생 후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융자사업으로 채워졌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말은 메르스 추경이라 했지만, 실상은 의료기관 융자에 4000억을 포함시켜 1조원 넘는 메르스 대책 추경안을 마련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소관 추경 1조원 중 40%, 메르스 관련 예산의 55%에 해당하는 의료기관 융자사업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시설 개보수 및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는 병·의원에 자금을 융자 지원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의 경유, 확진, 진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의료기관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매출이 줄어든 의료기관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에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4000억의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최소한의 실태조사나 수요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지부는 메르스 발생 후 어떤 의료기관이 얼마만큼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융자를 통해 대출받을 의료기관은 얼마나 되는지 어떠한 사전 조사도 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경영개선 지원책의 일환으로, ‘급여 조기지급’ 및 ‘급여 선지급’ 방안, ‘메디컬론’ 등을 이미 시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추경에 따른 융자사업이 동 경영개선 지원방안들과 중복됨에 따라 4000억 융자금이 제대로 집행될지 여부도 미지수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대출이라는 융자방식을 택한 이유는 1조원이라는 메르스 추경 규모를 내세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일뿐더러, 4000억의 융자금을 다 쓰지 않아도 남는 돈은 다시 국고로 환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지부는 400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고,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림으로써 기재부에 35억원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만약 4000억의 예산을 다수 불용하게 되면 원금도 아끼고, 이자도 절약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융자기금 4000억을 마련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메르스 지원 예산이 삭감된 것은 더 큰 문제다. 당초 복지부의 추경 요구안에 포함되었던 의료관련 감염관리 예산 364억원과 두창백신 및 탄저, 페스트 등 생물테러 대비 의약품 비축 관련 예산 136억원, 공공백신개발센터 건립 관련 기본설계비 11억원이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특히 국가지정격리병원의 음압병실확충 범위도 축소돼 관련예산 86억원이 감액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김 의원은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과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복지위 법안심사마저 파행시킨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겨우 수요조사조차 없는 융자사업인 것은 메르스 확산방지와 진료를 위해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기운을 꺾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