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그 정도” “황교익에겐 사기꾼처럼 보일 수도” 날 세우고 쿨하게 넘기고… [조현우의 오지랖]

“백종원은 그 정도” “황교익에겐 사기꾼처럼 보일 수도” 날 세우고 쿨하게 넘기고… [조현우의 오지랖]

기사승인 2015-07-09 11:06: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백종원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잘 나가는 아이돌 못지않다. 7일 tvN ‘집밥 백선생’ 방송 직후에는 그동안 각종 레시피가 인터넷을 강타했던 것처럼 생선 통조림 요리법이 화제가 됐고, 8일에는 이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 파주시 아트월드 세트장에서 열린 ‘집밥 백선생’ 기자간담회에선 최근 신드롬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화제는 논쟁으로 옮겨붙었다. 요리비평가 황교익의 백종원에 대한 언급 때문이다. 황교익은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 레시피를 따른 것”이라며 “먹을 만한 음식 만드는 건 쉽다. 백종원 식당 음식은 다 그 정도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쉬운지를 재차 묻는 질문엔 “적당한 단맛과 짠맛, 이 두개의 밸런스만 맞으면 인간은 맛있다고 착각한다”고 답했다. 외식업체는 싸구려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백종원도 그 정도 수준의 음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나아가 황교익은 대중이 백종원 요리에 열광하는 이유도 짚었다. 황교익은 “그게 통하는 건 젊은 세대가 요리를 못 배웠기 때문”이라며 “단순하단 점이 먹혔다. ‘만능 양념장’ 같은 건 인터넷 뒤지면 다 있다”고 꼬집었다.

백종원에 대한 황교익의 날선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웹진 아이즈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백종원을) 셰프로 보지 않고 사업가로 본다. 그에게는 식재료가 중요하지 않다”며 “누군가는 그의 식당 음식이 맛있고 싸고 좋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음식의 재료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라서 연대하기보다 글쟁이는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자신의 기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집밥 백선생’ 기자간담회에서 백종원은 황교익의 지적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소위 ‘디스 논란’에 대해 “비평가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본다. 저를 디스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글을 보고도 해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내 음식이 세발 자전거라면 셰프들은 사이클 선수다. (황교익 같은) 자전거 박사들이 볼 땐 내가 사기꾼처럼 보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보급화하는 것처럼 요리도 보급화하고 싶을 뿐”이라며 “세발자전거로 시작해서 두발자전거와 산악자전거와 사이클 자전거도 타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백종원은 “저처럼 족보도 없고 요리사 출신 아닌 사람이 방송에 나와 떠드는 건 정통성이 없어 보일 것”이라며 “그래서 더 구설수에 휘말린다. 요리사분들이 완벽하게 할 수 있지만 저처럼 쉬운 레시피도 가르치기를 바란다.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게 저로 시작해 전파되는 것 같아서 요즘은 즐겁다”고 밝혔다. 쿨하지만 뼈있게 읽히는 대목이다.

‘디스 논란’을 건강한 논쟁으로 전환하기 위한 ‘집밥 백선생’ 제작진의 노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연예인 출연진을 모두 데리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면 홍보의 탄력을 받을 수는 있었겠지만 다소 가벼울 수 있었다. 오히려 백종원 홀로 나와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 출연하고 있는 황교익을 위한 보이지 않는 배려로 보인다.

백종원과 황교익을 두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미 양분된 상태다. 누가 우월한지를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의 견해가 돋보인다. 정씨는 자신의 칼럼에서 “어떤 문화가 제대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깊이도 중요하고 넓이도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음식 문화에 있어 황교익과 백종원은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입장으로 꼭 필요한 존재들”이라고 분석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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