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가는 대학가겠다는데… ” 희귀병 앓는 특별한 천사 PKU환아들의 이야기

“남들 다가는 대학가겠다는데… ” 희귀병 앓는 특별한 천사 PKU환아들의 이야기

기사승인 2015-08-12 02:11: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딸이 올해 열여덟 입니다.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대학에 가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소득이 증가해 지원이 끊길 수도 있어요. 남들 다 가는 대학 가겠다는데 막을 수도 없고 답답하네요.”

웃으며 하는 말이지만 엄마 김영미(가명)씨는 목이 멘다. 김씨의 딸은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 PKU)이라는 유전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 약 200여명 정도가 앓고 있는 희귀병이다. 저소득층인 김씨에게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대학을 가려는 딸아이의 소득이 문제다. 저소득층 혜택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PKU 환아의 경우 나이나 형편에 상관없이 해당 질환자 판명이 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 정책 변경으로 최근부터서는 18세 이상이 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한달 약값만 80~90만원이 든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한 소득 때문에 저소득층 혜택도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김씨는 “유전병으로 인해 하루 살아가는 게 부담”이라며 “사회생활을 하기도 전에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 했다.

PKU환아 가족들은 1년에 한번 인구보건복지협회와 매일유업의 후원으로 열리는 PKU 가족캠프를 손꼽아 기다린다. 김씨처럼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해 못하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사연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하기 위해서다. PKU질환은 몸 안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단백질을 섭취하면 안 되는 희귀병이기 때문에 삼시세끼 먹는 것이 환아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그저 먹는 것이 일상이지만, PKU환아들은 먹는 게 생명이다. 매일 살기 위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한다. 단백질을 분해하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는 유전병 때문에 그들의 식탁은 남다르다. 학교급식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야유회나 수학여행을 가려고해도 먹는 것 때문에 빠지기 일쑤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속상하다 못해 썩어간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고기 한점 제대로 마음 놓고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PKU환아들에게 ‘특별한 천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환아 가족들은 이번 캠프에서 김씨처럼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이나 삼시세끼 먹는 게 제한적인 고민을 주로 얘기했다. 희귀유전병을 앓고 있지만 식이요법만 잘 하면 거의 정상인들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들의 고민이다. 물론 인구보건복지협회와 PKU분유를 만들어 제공하는 매일유업 등 업체의 지원도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평생 유전병을 안고 살아야하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게 구조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캠프에서는 의료진의 실수로 PKU환아 임에도 4개월 동안 방치돼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산부인과 의료진이 PKU질환에 대해 잘 몰라 PKU환아임에도 이를 모르고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 다행히 이상증을 감지한 부모의 노력으로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했지만, 사연을 전해들은 환아 가족들은 “검사를 했음에도 누락이 됐다면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하는데, 그런 제도가 없다”며 소수여서 무시되고 묵살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ckb@kukinews.com

[Key Word] 페닐케톤뇨증(PKU)은 페닐알라닌을 티로신으로 전환시키는 페닐알라닌 분해효소(phenylalanine hydroxylase)라는 효소가 결핍되는 유전질환이다. 페닐알라닌과 그 대사산물이 축적돼 지능장애, 담갈색 모발, 피부의 색소 결핍이 발생하게 된다.

사진설명: 순천향대학병원 이동환 교수가 PKU환아 대상으로 단백질 수치 검사를 하고 있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로 PKU 가족캠프가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열렸다. 가족캠프에서는 200여 명의 PKU환아 가족들이 참여했으며, PKU의 최신 치료, 식사요법 등에 대한 세미나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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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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