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함정’ 불친절한 영화 속 유일하게 친절한 남자 마동석

[쿡리뷰] ‘함정’ 불친절한 영화 속 유일하게 친절한 남자 마동석

기사승인 2015-08-27 13:09:5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아이가 없어 부부 생활마저 어려워진 한 부부가 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아내는 여행을 떠나자고 제의한다. 이들은 여행을 떠난 전라도의 한 섬에서 인터넷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 산 속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상은 험악하지만 과도하게 친절한 식당 주인 성철을 만난다. “좋은 거니 맛 좀 보시라”고 귀한 음식을 건네주는 성철은 부부에게는 세상에 다시없을 좋은 사람처럼 굴지만, 성철과 같이 살고 있는 벙어리 여자 민희에게는 거칠기 짝이 없다. 식당은 식사만 팔면 되련만, 성철의 친절이 자꾸 부부의 엉덩이를 무겁게 만든다. 술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노래도 부르다 보니 해가 꼴딱 져 버렸다. 결국 부부는 성철의 식당에서 밤까지 보내게 된다.

영화 ‘함정’은 시작부터 뻔히 결말이 보이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이가 소원한 부부, 그리고 험악하게 생겨서 미심쩍은 식당 주인, 사연이 있는 벙어리 여자…. 찾아가기도 어려운 외딴 곳에 있는 곳을 “인터넷에서 봤다”며 굳이 가자는 아내는 무언가를 숨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착한 식당 주인은 벙어리 여자를 “데리고 사는 애” 라더니 “내 동생”이라고 자꾸 말을 바꾼다. 벙어리 여자는 산 속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행색이다. 착하고 사람 좋은 남편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그저 여행을 즐긴다. 관객은 영화가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나면서부터 계속해 가슴을 친다. “빨리 집에나 가라”면서.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오로지 마동석의 힘이다. 성철은 철저하게 악한 캐릭터다. 영화는 착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 성철을 설명하기는커녕 ‘그냥 원래 나쁜 사람’이라고 설정하고 그 설정을 관객에게 강요한다. 불친절한 영화 속에서 친절한 것은 마동석 뿐이다. 불필요한 베드신이 집요하게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마동석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꼬아버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영화는 성철의 불행한 과거를 대사 몇 개로 축약해 버리지만, 마동석은 그 가운데에서도 대사에 힘을 부여한다.

벙어리 여자 민희를 연기한 지안 또한 눈에 띈다. 사연 하나 나오지 않는 민희지만 온 몸으로 관객에게 사연을 상상하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처연한 분위기 역시 불필요하게 길기만 한 베드신에 희생됐다는 점이다. 18세가. 다음 달 10일 개봉.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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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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