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특종:량첸살인기’ 오보가 만들어낸 거대하고 섬세한 블랙코미디

[쿡리뷰] ‘특종:량첸살인기’ 오보가 만들어낸 거대하고 섬세한 블랙코미디

기사승인 2015-10-12 13:0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작정하고 파헤친 대기업의 납품 비리 사건은 알고 보니 회사 광고주의 친척이 얽혀있었다. 말이 장기 휴직이지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신한 아내와도 이혼 직전이다. 사회적인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인 종편 매체의 기자 허무혁(조정석)은 재취직 자리를 찾던 도중 세간의 화제인 연쇄살인사건의 제보자를 기억해낸다. 제보자가 가르쳐준 연쇄살인마의 집에서 살인에 관한 메모를 발견한 허무혁은 그 메모를 단독 보도하고, 회사에도 복직된다. 그러나 그 메모는 알고 보니 오래 전 출판됐던 소설 ‘량첸살인기’의 일부였다. 후속 보도를 기다리는 동료들과 취재 과정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경찰 사이에서 메모가 오보임을 고백하려는 순간, 허무혁의 보도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특종:량첸살인기’(감독 노덕)는 섬세한 파이 같은 영화다. 커다란 실수로 시작된 사건은 겹겹이 여러 상황과 인물들이 중첩돼가며 맛있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코너까지 몰린 기자 허무혁과 자극적인 보도로 회사를 끌어올리려는 백국장(이미숙), 광고를 유치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문이사(김의성)와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 오반장(배성우), 임신했지만 무능하고 무책임한 남편과 이혼하고 싶은 수진(이하나), 그리고 범인은 다양한 이면을 내보이며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시민의 알 권리와 진실을 보도한다는 언론보도윤리는 회사의 운영이라는 경영 논리 앞에 제 멋대로 형태를 바꾼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는 백국장, ‘국민의 알 권리’보다 제 체면 세우기에 급급해 엉터리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허무혁은 언론인이기보다는 회사원이다. 기자가 주인공이지만 관객들은 기자 허무혁보다 회사원 허무혁에게 이입하게 된다. 누구보다 냉철하게 사고해 범인을 잡아가야 할 오반장은 처음에는 허무혁을 의심하지만 결국 보도에 현혹돼 점점 수사 방향을 바꾼다. 노덕 감독이 전작 ‘연애의 온도’에서 보여줬던 섬세함은 ‘특종:량첸살인기’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쓸모없는 이야기나 인물은 단 하나도 없다. 작은 장치 하나까지 전부 빈틈없이 맞물리며 거대한 블랙 코미디가 완성된다.

사건과 진실, 언론윤리와 믿음, 신념 같은 단어들이 어지럽게 뒤섞이지만 결국은 복잡한 인간관계와 거기 얽힌 서로의 이해에 관한 이야기다. ‘특종:량첸살인기’는 매 순간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진실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물론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도 다음 순간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조정석의 연기만큼은 진짜다. 백국장 역을 맡은 이미숙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저런 사람이 정말로 있겠지’라고 생각할 만큼 날카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노덕 감독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진실과 거짓말, 진실에 대한 믿음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22일 개봉. 15세가.
rickonbge@kmib.co.kr

[쿠키영상] 혜리, 80년대 촌티 스타일 완벽 소화!... 오는 6일 ‘응답하라 1988’ 첫 방송

[쿠키영상] '엄마와 동생이 특별 출연'…UFC 여제 론다 로우지 경기 예고 영상

[쿠키영상] “오늘 개 잡네~”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