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그룹 다비치 팀명은 ‘세상을 음악으로 다 비추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이 뜻을 존중해 가녹음본을 신곡으로 발표한다는 것일까요. 하지만 팬들이 잔뜩 뿔이 났습니다. 다비치의 현 소속사 CJ E&M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단은 2일 CJ E&M이 “다비치 이름의 신곡(Moments)이 곧 출시된다는 소문을 듣고 MBK 측과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습니다. CJ E&M은 “해당 노래는 OST 수록 목적으로 가녹음됐다가 극의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작업을 중단했던 곡”이라며 “팬 여러분께 음원을 공개하기에는 그 완성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여러 차례 계획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CJ E&M은 “다비치의 이번 음원을 MBK 신인 아티스트 홍보에 이용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도 여전히 MBK 측이 음원 출시를 강행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아티스트와 전 소속사 간 계약상 의무는 이행이 완료됐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아직 MBK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비치와 MBK, 그리고 CJ E&M은 그동안 가요계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우선 MBK 수장인 김광수 대표는 과거 CJ E&M 계열사인 엠넷미디어 총괄 제작이사를 지냈습니다. 이어 설립한 코어콘텐츠미디어에서 다비치는 데뷔했죠. 다비치에게 MBK는, 또 김 대표에게 CJ E&M는 친정인 셈입니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사이지만 CJ E&M이 대놓고 MBK를 겨냥한 것으로 볼 때 다비치 신곡을 둘러싼 문제는 합의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안은 과거 가요계에서도 숱하게 불거진 바 있습니다. 전속 계약이 끝났지만 과거 계약 당시 음원에 대한 권리는 전 소속사가 가지고 있기에 가수가 떠났어도 베스트 앨범이 나온 것이 대표적입니다. 수많은 가수들은 전 소속사 우려먹기에 속이 탔지만 법적으로는 애매하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CJ E&M은 “MBK 측의 사려 깊은 용단을 거듭 요청드리고 있으며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과정은 팬 여러분께 투명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며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미 다비치 팬들이 마음을 크게 다쳤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MBK의 다비치 신곡 발매,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1000명이 서명했습니다. 팬들은 “발매 예정인 다비치의 신곡, 결정을 철회해 달라”며 “다비치는 연말 신곡 발표, 콘서트 개최 등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아무리 법적·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완성도나 홍보 측면에서 미흡한 곡을 본인들과 회사의 어떠한 동의없이 발매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비치와 MBK, CJ E&M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은 누구일까요. 팬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더 얼굴 붉히지 말고 속히 해결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