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내년에도 넥센 히어로즈입니다. JT 히어로즈가 될 뻔 했지만 적어도 2018년까지는 넥센 히어로즈입니다. 넥센이 입에 붙어 익숙한 팬들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5일 넥센 타이어와 메인스폰서 연장에 합의,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기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입니다. 계약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존의 두 배인 연간 100억원 선이 유력합니다.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운영되는 구단 입장에서 팀 이름은 간판입니다. 간판값이 두 배로 올랐다는 것은 넥센이 히어로즈 구단 가치가 올랐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지난 6년간 넥센으로 불리며 프로야구판에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홍보 효과 탓이 큽니다.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와 현재 포스팅 절차에 돌입한 박병호는 해외에서 ‘넥센 강정호’ ‘넥센 박병호’로 불렸습니다.
당초 히어로즈 구단은 넥센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인 J트러스트와 스폰서십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홈 구장을 고척돔으로 이전하면서 감당해야 할 운영비가 많아졌고, 넥센에 비해 J트러스트 계약 조건이 더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프로는 곧 돈이지만 여론의 역풍은 심각했습니다. 일본계, 대부업체 이미지, 고소영 CF 불발, 넥센에 대한 익숙함 등이 겹쳐져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사채 히어로즈’ ‘첫 시구는 고소영으로’ ‘고이율 홈런존(Zone)을 만들자’ 등 비아냥이 쇄도했습니다. 히어로즈 구단과 J트러스트 측은 대부업과 관련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J트러스트와의 계약을 반대하는 의견(64.0%)이 찬성(11.6%)에 비해 무려 6배 가까이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타 구단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고척돔 이전에 따른 자금난이 예고된 구단을 넥센이 도와야 한다는 팬들의 반응도 빗발쳤습니다.
결국 히어로즈 구단은 넥센과 재계약했습니다. J트러스트와 계약설, 그리고 여론의 반발은 계약 규모를 높인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이장석 대표는 “넥센타이어의 메인스폰서십 계약 연장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최근 메인스폰서 선정 과정에서 보여 주신 넥센 히어로즈 팬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염려,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언론을 통해 공개된 J트러스트의 경우 팀 스폰서는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제안을 주셨던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다시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오기까지 이번 네이밍 스폰서 계약 문제는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프로 세계에서 착한 돈, 나쁜 돈이 있는가 △착한 돈 쓰라고 하면서 자금난 시달려 선수 팔면 비판 △헐값에 네이밍 스폰서 가지려고 하는 기업들이 문제 △다른 구단 모기업들은 그렇게 깨끗한 자본인가 △네이밍 스폰서 재계약 때마다 되풀이 될 논란 △팀 이름은 안 되면서 중계 때마다 쏟아지는 대부 광고 △군사정권이 만든 프로야구가 이미지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등 각종 논쟁이 쏟아졌습니다. 이번 논란이 보다 생산적으로 소비돼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