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최근 드러나고 있는 농협 비리들을 보면 지난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경찰 물대포 못지않습니다. 농심(農心)을 멍들게 하는 ‘비리 대포’인 셈입니다.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3일 사료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농협중앙회 간부 장모(53)씨와 김모(52)씨를 구속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1년부터 작년 사이에 사료업체 K사와 B사로부터 납품을 비롯한 사업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7000만원, 3억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농협중앙회의 부장급 간부 직원으로, 자회사인 농협사료에 파견됐습니다. 검찰은 사료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농협중앙회 간부 차모(47)씨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9월에는 특혜대출 의혹을 받는 신상수(58) 리솜리조트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신 회장은 농협에서 차입한 자금과 회삿돈을 빼돌려 10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 재무건전성과 리조트 분양실적을 부풀린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농협에서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같은 달 협력업체에서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농협중앙회 팀장급 직원 성모(52)씨도 구속됐습니다. 성씨는 NH개발 건설사업본부장으로 파견 근무하던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H건축사무소의 실소유주 정모(54·구속기소)씨로부터 골프 접대와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농협 협력업체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경주 안강농협 전 이사 손모(63)씨가 구속기소됐습니다. 손씨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농협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납품단가를 더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물류업체 A사에서 2억1311만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습니다. 손씨는 A사 계열사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매달 7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고 수십만원씩 법인카드를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농협 비리 수사가 늦어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 거취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수사 향방이 최 회장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취임한 역대 회장은 모두 구속됐습니다. 한호선 1대 회장(1988~1994년)과 원철희 2대 회장(1994~1999년), 정대근 3대 회장(1999~2006년)까지 모두 횡령 및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았습니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포항 동지상고 동문으로 이 전 대통령보다 5년 후배입니다. 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12월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돼 2011년 한 차례 연임했습니다. 임기는 2016년 2월까지로 농협중앙회 회장 외에 농민신문사 이사회 의장 등을 겸임하면서 7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습니다.
검찰 수사가 무조건 ‘깃털’ 보다 ‘몸통’을 향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농협 일부의 비리일 수도 있고 고위층에서 미처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농협 내부가 방만하고, 개혁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해갈 길이 없어 보입니다. 조용히 농사나 짓던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를 좀 알 것도 같습니다. 농협 홈페이지 윤리경영 페이지에 실소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