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말 그대로, 기적의 9회였습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9회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4대3 역전승을 따냈습니다. 무려 3시간 30분을 끌려다녔지만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숨 죽인 시청자들은 이대호의 2타점 역전 적시타가 터지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도쿄 대첩’ ‘열도 침몰’로 불릴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SBS의 엔딩 BGM(Back Ground Music)을 두고선 설왕설래가 분분합니다. SBS는 야구 중계로 인해 뒤로 편성이 미뤄진 ‘8 뉴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곧바로 이어가야 하는 와중에도 가수 마야의 ‘진달래꽃’을 선곡했습니다. 경기 종료 직후 한국 선수단의 모습과 중계진의 소감에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노래 가사가 덧씌워졌습니다.
SBS가 이 곡을 사전에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8회까지 워낙 경기가 일본에게 끌려가 시청자들이 답답했을 것을 감안해 즉흥적으로 선곡했을 수도 있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반응이 엇갈립니다. 무척이나 통쾌했다면서 SBS의 재치를 칭찬하는 게시물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SBS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 말미 적절한 BGM을 곁들여 온라인에서 호응을 이끌어 낸 적이 많습니다.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직후 나온 김동률의 ‘더 콘서트’(The Concert)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굳이 패자를 조롱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보입니다. 만약 한국이 패했는데 일본 방송에서 저런 BGM을 틀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라는 역지사지론이죠. 역전승 직후 별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선수단의 절제미나 한국 타선을 두 번이나 완벽히 틀어막고도 “한국은 끈질기고 강하다”라고 경의를 표시한 일본 투수 오타니의 인터뷰와 대조된다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