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스타워즈 7:깨어난 포스’ 은하계 막장드라마의 리부트 마스터피스

[쿡리뷰] ‘스타워즈 7:깨어난 포스’ 은하계 막장드라마의 리부트 마스터피스

기사승인 2015-12-16 20:26:55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아주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아버지가 생사불명이던 아들의 팔을 자르고, 쌍둥이 남매는 키스했다. 은하계 최고의 한량은 반란군의 공주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스승은 제자를 직접 용암에 빠뜨려 죽인다. 아들은 끝내 아버지를 죽이고 은하계에 평화를 가져온다. 이토록 유구한 막장드라마의 클리쉐를 담고 있는 SF 블록버스터 ‘스타워즈’가 돌아왔다. 새 시리즈를 들고.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는 한마디로 리부트의 마스터피스다. 은하계를 구한 영웅의 이야기가 전설로 회자되는 시대, 정의는 사라지고 다시 악이 득세한다. 다크 사이드의 악이 시스에서 제국으로 이름을 바꿨듯 제국은 다시 퍼스트 오더로 되살아났다. 그 가운데 사막 행성 자쿠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소녀 레이는 우연히 BB-8이라는 드로이드를 사막에서 발견한다. 그냥 놔뒀으면 해체돼서 부품으로 팔려갔을 그 드로이드는 레이에게 이상한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언뜻 멍청해 보일 정도로 귀여운 드로이드에는 실종된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의 행방을 가리키는 지도가 들어 있다.

여기에 스톰 트루퍼가 등장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그니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 스톰 트루퍼는 이전에는 영화속에서 하나의 집단일 뿐이었으나 새 시리즈에서는 스톰 트루퍼 출신 ‘핀’이 활약한다. 퍼스트 오더의 명령에 의문을 느낀 핀은 저항군의 파일럿을 구출하게 된다. 그리고 레이와 핀이 만나게 되며 은하계는 새로운 영웅의 시대로 접어든다. 더 이상 제다이 신전도 없고, 제다이도 없다. 구 제다이 기사단을 재건하려던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가 신 제다이 기사단 재건에 실패하고 실종되며 제다이들의 재림조차 불투명해졌지만 여전히 포스는 주인공들과 함께한다.

‘스타워즈 7’을 리부트의 마스터피스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영화가 세대 교체를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를 보던 관객들은 주인공 한 솔로, 레이아 오가나, 루크 스카이워커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 ‘스타워즈 7’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새로운 주인공 레이와 핀에게 몰입한다. 이 세대들이 부딪히는 방식은 직접적이고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하기 쉽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영웅이 사라진 것은 영화 속 뿐만이 아니다. 관객들 또한 영웅들이 사라진 21세기를 살아가고 있기에 젊은 영웅들이 더욱 반갑다.

주인공 레이와 핀 캐릭터가 가지는 속성 또한 혁명적이다. 레이는 젊지만 새로운 영웅담이나 모험에 흥분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자리를 재는 캐릭터다. 여자라는 것은 레이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레이는 남자 주인공들보다 훨씬 격렬한 전투를 선보이며, 과감하다. 그러나 현실을 보는 눈은 분명하고 냉철하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다혈질 부자에게 익숙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들은 레이를 보면 놀랄 것이 틀림없다. 레이아 공주가 아름다움과 도도함, 카리스마(물론 스타워즈 6의 놀라운 코스튬도 빼놓을 수는 없다)로 ‘스타워즈’ 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면 레이는 연신 폭발하는 우주선과 날아다니는 광선총 사이에서 치열함으로 빛나는 주인공이다.

핀은 흑인이다. 그가 유색인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할리우드에서는 놀라운 일이지만 거기에 더해 핀은 비겁하고 교활하며 겁이 많다. 역설하자면 그만큼 성장 범위가 넓다는 뜻도 된다. 레이와 핀이 만나는 방식은 의외로 재미있게도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지에서 다루는 이른바 ‘보이 밋 걸’(Boy Meet Girl) 장르의 속성과 궤를 같이 한다.

반면 악당 캐릭터인 카일로 렌은 제작진의 악의가 가득한 캐릭터다. 다스 베이더만큼의 카리스마를 가진 악당 영웅을 탄생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며, 그만큼 카일로 렌은 제작진이 용의주도하게 설계한 인물이다. 물론 그 뒷면에는 스타워즈가 가진 이른바 ‘막장드라마’ 정서 또한 숨겨져 있다. 안타까운 것은 다스 베이더의 카리스마가 ‘스타워즈’팬들에게 차지하는 크기에 비하면 카일로 렌의 붉은 광선검은 얄팍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스타워즈 7’을 본 관객 모두는 감탄할 것이다. 실망은 없다. 새로운 영웅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레이가 구 시대의 유물을 손에 쥘 때 관객은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PS. 쿠키 영상은 없으니 스태프 롤이 뜨는 순간 자리를 떠도 좋다.

PS2. 감독 J.J. 에이브람스는 ‘스타워즈 7’을 만들기 위해 스타워즈 전 시리즈를 몇 번이나 본 것일까. 어쨌든 J.J 에이브람스는 ‘스타워즈 7’ 개봉 후 ‘스타 트렉’과 ‘스타워즈’ 양쪽 팬들에게 사랑받는 전무후무한 인물로 등극할 것임이 틀림없다. 더불어 새로운 광선검 모델 재고를 떠안지 않아도 되는 완구 제작사의 사랑 또한 받을 것이다.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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