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바느질하는 여자’로 살기 위해 결혼도 명예도, 다른 삶도 포기한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바느질을 제외한 모든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주인공 수덕은 수십 년간 옷을 지으며 어떠한 과정도 허투루 건너뛰지 않는다. 더 속도를 내지도 더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바느질하는 여자’은 자신만의 형식으로 아름다움을 일군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아주 평범한 내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금택은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바늘을 심장에라도 찔러 넣고 싶었다. 그래야만 바늘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서 놓여날 것 같았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금택은 바늘을 잃어버린 것 같아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바늘 때문에 금택은 깊이 잠들지 못했다.
바늘을 손에 꼭 잡고 있는 동안에도 금택은 바늘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서쪽 방에서처럼 바늘이 어느 순간 손에서 날아날 것 같았다. 심지어 금택은 이미 바늘을 잃어버린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한 착각은 불현듯 엄습했고, 금택은 그때마다 손에 바늘을 들고 있으면서 바늘을 찾았다.” (p.71)
‘바느질하는 여자’는 2013년 대산문학상, 201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저자 김숨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3㎝의 누비 바늘로 0.3㎜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 ‘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인생에서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이 ‘바느질하는 여자’ 속에 펼쳐져 있다.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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