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주사위를 던져 항상 1이 나온다면 그것은 단 하나의 진리다. 그런데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다른 숫자가 나온다면 1은 여러 숫자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을 통해 ‘다름’은 인식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이형인들이 존재하게 된 세계에서 정상인의 모습에 집착하며 우열을 가리려는 건 어리석은 태도라는 얘기다.

“아시다시피 퓨어바디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죠. 퓨어바디는 바이오소프트사가 자랑하는 첨단 연구개발 덕분에 탄생한 이 시대의 선물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퓨어바디는 생식 세포 생산기능이 싱싱하게 살아 있는 ‘청정 육체’이자 고급 유전자를 함유한 소중한 자원입니다. 참석해주신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인공자궁플라자에서 취향에 따라 여러분의 자녀를 계획하고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유전자 샘플자료를 보면 만족하실 겁니다. 얼마든지 원하시는 대로 키 크고 잘생기고 머리 좋은 정상 아이를 주문하실 수 있도록…” (p.218)

저자는 괴물처럼 보이는 이형인들로 가득한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한 ‘퓨어바디’의 세계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분야에서 일어나는 인간 소외현상을 들춘다. 이미 유전자 조작 식품(GMO)이 상용화되고 체르노빌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전자 변형이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퓨어바디’가 그리는 섬뜩한 세계는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김휘 지음 / 새움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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