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25일부터 6일간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계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박원순, 박지원, 손학규 등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반 총장 역시 같은 맥락의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뭉스런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차기 대선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권과 이에 대비되게 ‘포화상태’에 치닫고 있는 야권은 충청도 출신의 반 총장을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미 반 총장을 친박계 대선 후보로 낙점하고, 흠집 내기를 시작했다. 2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는 “굉장히 권력욕이 많고, 이미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한 데 이어 한 신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여권 주류인 친박의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란 확신에 찬 발언까지 했다. 이어 “스스로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여권의 대선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며 훈수까지 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에)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안 나올 것 같기도 하다”면서,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다. 모셔올 수준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또한 반 총장에 대해 “해외에 나가 뭔가 한 자리하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면서, “1962년 이후 반 총장이 취임할 때까지 유엔 사무총장 출신국은 미얀마, 오스트리아, 페루, 이집트, 가나였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해서 미얀마나 가나의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나아진 게 있냐”고 꼬집었다. 결국 ‘유엔 사무총장’이란 국제적 직위만으로 그 사람을 높이 평가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여권은 반 총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현재로써 뚜렷한 차기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반 총장의 방한 첫 일정인 제주포럼에 새누리당 의원들 다수가 동참하는 것만 보더라도, 기대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제주포럼 개회 기조연설에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영 의원 등이 자리한다. 또한 반 총장의 TK(대구경북)과 서울 일정에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함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여론조사매체인 리얼미터는 지난 16~17일 전국의 성인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유·무선전화 자동응답·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응답률 5.1%)에서 반 총장이 38.0%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34.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1.4%)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가 정치적-인격적 검증보다는 사실상 인기투표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치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상당한 상황에서 반 총장이 단순 반사이익으로써 높은 지지를 얻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 새누리당 한 의원은 “본격적인 검증과 함께 토론회 등 행보가 본격화하면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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