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계는 대작. 위작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큰 금액의 미술상 소식에 반가움이 더 큰 이유다. 60대 이상의 자격에도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상이 지속되어지길 바란다. 유휴열 작가의 작품에는 한국적인 정서와 미학이 느껴진다.
미술평론가 최광진의 저서 <한국의 미학>에서 한국인의 미의식 중에는 신명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은 힘든일을 견뎌내고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저력이 있는 민족이라고. 이 신명을 현대적인 언어로 작업하는 작가가 유휴열이 아닐까 한다.
그의 작업〈生-놀이〉에서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작가 유휴열이 걸어온 길이 마냥 신명나고 즐거웠을까?
그의 작업실 환경을 보면 노동현장에 가까우며, 신비주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작업실 규모와 작업량을 통해 노동의 시간과 힘듦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것은 역설일수도 있겠다. 그의 찬란한 작업 앞에 선 이들은 그의 작업세계로 곧바로 빠져들어가 한바탕 놀이를 할 수 있으나, 작품 한 점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놀이와 같이 유희적이고 즉흥적이지는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노동시간은 작품성과는 비례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성실함과 천재성이 반비례하는 것 또한 아님을 보여주는 작가가 유휴열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작업에 쏟는 절대적인 시간만큼이나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세계에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작업에 몰두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할 것” 임을 이야기한다.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를 알고 있다. 예술이 가지는 힘은 결국 작가의 손을 떠나 예술 작품앞에 놓인 이들에게서 발생하기 때문이다.알루미늄을 재료로 하여 쌓아 올린 켄버스 위에는 한국적인 색채, 오방색이 있고 한지로도 작업을 하는 유휴열 작가.
이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끝없이 고민하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그의 버팀이기도 하다.
유행만을 쫓지않는 그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평 또한 미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