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점차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용어의 명확한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뭔가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사회적기업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해온 전통적 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고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조금 더 설명하면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며, 공공서비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윤리적 경영문화와 시장을 이루는데 그 의의를 두는 기업이다.
결국 기업의 수익은 주주와 소유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운용되기보다는 그 사업체 또는 지역사회를 위해 재투자되며 운용방식에서도 친환경적 민주적 운용 등을 특징으로 한다.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에 민간에서부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제공되고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비영리조직, 유한회사,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시민단체와 민간 연구자들이 실업극복 방안의 하나로 소개됐다. 이후 2000년 이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 등 사회 서비스 수요 증가와 고용창출의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3년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모델로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도입했다. 2007년 1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고, 2010년 개정했다. 2011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출범했다. 올해 기준으로 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1600여개가 있다.
제주도에서도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을 알리고 육성하는 일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연구원은 제주지역 실정에 맞게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주형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 경제를 든든하게, 제주도민을 행복하게’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사회적기업의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이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농업·농촌6차산업화지원센터와 6차산업화 연계 협력 업무협약식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협력해 농촌의 모든 유·무형 자원을 바탕으로 6차산업화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감귤산업 위기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위축된 제주 농촌의 새로운 대안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6차산업은 최근 농가와 관련 경영체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시 삼도1동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고부언 이사장(67)은 “제주에서 일부 사회적기업이 태동하면서 다소의 부작용이 나오긴 했지만 그건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제주의 좋은 여건을 잘 활용하면 우수한 사회적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제주대 경영학과 교수로 지내면서 대한경영학회 부회장, 세계평화의 섬 추진위원회 위원장, 제주발전연구원 원장,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고 이사장은 제주 사회적기업의 현실과 미래, 발전방향 등을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요즘 화두는 사회적 경제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자활센터 등을 폭넓게 사회적 경제라고 한다. 연구원은 2012년부터 마을기업 컨설팅을 민간통합위탁기업으로 해오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대기업 위주의 자본주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즉 잘사는 사람은 견뎌낼 수 있는데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영국이나 스페인 등 사회적 경제가 잘 발달된 국가는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이렇게 볼 때,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은 역시 사회적 경제다.
제주도에도 원희룡 지사가 오면서 제주를 사회적 경제 시범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지난해 발전연구원에서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보고서를 보면 원 지사가 꿈꾸는 사회적 경제 시범도시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보조금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유령회사를 내세워 인건비나 사업개발비, 컨설팅비 등 보조금을 가로채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경제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는 게 안타깝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제주지역의 기반은 어떤가.
△과거 1960년대 제주는 무전여행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인심이 좋았다. 무전여행기를 보면 제주사람들이 여행객을 먹이고 재우고 차비까지 줘서 보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제주 문화 복원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 가능하다. 제주도 풀뿌리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제주지역 실정에 맞게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수의 기업이라도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이 곧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다.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지 않고 단순히 퍼주는 식의 지원은 오히려 사회적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의 재무제표 영업이익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에 나서는 경영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기업을 성공시켜 고용창출에 이바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수익성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냥 주니까 마구잡이로 쓰다가 막상 지원이 끊기니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낭비다.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컨설팅 등 무형적인 것에 투자하지 않는 문화가 안타깝다. 제주 기업가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무형적인 것에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대학 등에서 맞춤형 기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향토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수요를 조사해 공급하는 방안도 좋다고 본다. 현재 제주에는 국제학교 등 훌륭한 교육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수인력을 제주에 유치해야 한다.
사회적기업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경쟁한다. 단지 사업홍보비, 사업개발비,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도 사회적기업 선정 과정에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넘어 지속가능성까지 본다.
-연구원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마을기업 컨설팅과 개발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마을만들기 사업에 우리 연구원이 참여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이라고 해서 젊은 경영인들을 교육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컨설팅 과정에서 마을 주민 등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마을기업의 경우 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한 업체일수록 잘 된다. 그런데 뜻이 맞는 사람들만 모여서 하는 곳은 소통이 잘 안 되는 현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많은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키고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제주지역에서 자생하는 사회적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이 과도기다. 그동안 사회적 경제가 양적인 성장을 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은 부정적인 것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들은 명현현상처럼 건강이 회복돼야 하는데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사회적 경제의 뜻이 왜곡될까봐 우려스럽다. 과정상 나타나는 홍역이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들은 투명하고 정직하게 정도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 비리가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다만 경영인들이 그것에 움츠려들 필요는 없다. 건강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여력이 있고 이주민이 많이 오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 제주 사회적기업의 큰 힘이 될 것이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