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칼럼] 필자는 주변의 리더 자리에 있는 친구나 선·후배들에게 종종 묻는다. “당신은 리더로서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 즐거운가요?”, “당신의 생각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싫거나 불편한가요?”. 이에 대부분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자기와 뜻을 같이 하고 함께 움직여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이나 가치기준, 실천 방식이 모두 같을 필요도 없고 같을 수도 없다. 리더들은 항상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직원들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리더를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 부른다. 다양성은 멀티플라이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반면 리더 자신이 가장 똑똑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원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러한 리더를 ‘디미니셔(Diminisher)’라 부른다. 이때 그의 직원들은 보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스가 생각한대로 업무를 잘 맞춰서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한다.
리더의 생각에 따라 조직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까지 한다. 다양성으로 이끄는 4가지 유형의 리더가 있다. 먼저 하급의 리더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채운다. 이러한 조직은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환경의 변화에 눈이 멀게 되고 적응력이 떨어져 결국 조직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중급의 리더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서로 다른 차이를 수용하고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것을 활용해 생산성 등과 같은 조직의 성과로는 끌어내지 못한다.
다음의 리더 유형은 상급의 리더다. 그는 직원들의 차이가 조직 내에서 자유로이 드러나게 해 더 나은 성과를 지향한다. 즉 다양성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마지막 유형으로 최상의 리더가 있다. 그는 직원 각자의 차이를 장려하고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조직 안에서는 각각의 차이들이 서로에게 학습이 돼 창조적 배움으로 이어지게 하고, 외적으로는 혁신을 발휘해 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1993년 IBM의 회장으로 취임했던 루이스 거스너(Louis Gerstner)가 바로 최상의 리더에 해당한다. 그는 취임 초부터 ‘다양성이란 다양하고 다문화적 시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자체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는 기존의 인식, 즉 조직 안에서는 차이를 최소화하고 동일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동체 인식에서, 반대로 이제는 차이를 늘리고 다양한 생각과 가치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을 제도화하고 실행하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기존의 차별철폐주의적인 평등주의 정책을 넘어 차이의 장려를 통해 더 많은 창조적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한 ‘건설적 붕괴(Constructive Disruption)’이고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후 흑인, 여성, 미(美) 본토인, 장애인, 아시안 등 8개로 구성된 소수그룹 TFT를 통해 각 그룹의 니즈와 네트워크를 파악, IBM의 상품과 서비스, 공급자 라인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미 미국 내 소수그룹의 구매력이 세계 7위 국가의 GDP(국내총생산) 규모와 맘먹는 시장, 즉 더 이상 소수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과감한 리더십으로 마케팅 혁신을 보여줬다.
이 IBM사례는 다양성을 기업 전략과 목표에 통합해 큰 성과를 남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그리고 이제는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사례는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남아 있다.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