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위기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기 어렵다는 부모들이 많다. 부모들은 친절한 어른이라도 모르는 사람이면 일단 피하라고 가르치고,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친절을 받기도,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어려운 시대다. 우리는, 또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자 기타노 다케시는 ‘위험한 도덕주의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이 도덕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도덕 불감증을 새로운 관점에서 파헤친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자’는 것도 누구에게나 다 들어맞는 도덕은 아니다. 개중에는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다. 부모에게 학대나 무시를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트라우마를 지닌 아이가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가르친다면 마음의 상처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제4장 나의 도덕, 새로운 도덕’ 중에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인인 저자는 기존 도덕관념을 뒤엎는 파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가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인 도덕론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소수의 누군가나 다수의 공동체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 개개인의 행복이나 인간다운 삶에 꼭 합당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낡고 오래된 도덕론을 강압적인 방식으로 교육하면, 인간의 반발 심리를 일으켜 각종 갈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해하기 힘든 패륜 범죄나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그동안 이뤄진 도덕 교육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타노 다케시 지음 / 오경순 옮김 / MBC씨엔아이 / 1만3800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