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조규봉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나의 이슈를 분석하는 시간이죠. 봉기자의 호시탐탐 시작합니다. 조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 준비되어 있나요?
조규봉 기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홍대 앞, 서촌 한옥마을. 모두 사람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죠. 그런데 지난해 11월 서울시 조사 결과를 보면요. 경리단길의 상가 임차료는 10년 사이에 최대 6.5배가 올랐습니다. 서촌 한옥마을의 3.3㎡당 매매가는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요. 그럼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웃고 울게 될까요? 높은 임차료를 내야 하는 을(乙)들은 울 수밖에 없고요. 건물 가격이 오른 갑(甲). 건물주는 웃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정부가 나름 대책이라고 내어놓은 것이 바로 임대차보호법입니다. 임대 계약을 맺은 을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겠다는 건데요. 과연, 그 법이 우리 사회의 을들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호시탐탐에서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요즘 자영업. 정말 어렵죠. 자신의 건물에서 월세를 내지 않고 장사를 하면 모를까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장사를 하다가 결국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등장한 법이 바로 임대차보호법인거죠?
조규봉 기자▶ 네. 임대차보호법은 주택과 상가로 나뉘는데요. 오늘 이야기 중인 것이 바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이고요. 과도한 임대료 인상 방지와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02년 11월부터 시행된 법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리는 것을 막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인데 왜 갑만 챙긴다는 표현을 쓰신 건지 궁금해요.
조규봉 기자▶ 일단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는 보증금 차임 증감 청구권 조항이 있습니다. 건물주는 세금이나 공과금, 경제 사정,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거죠. 또 계약 또는 임차료 인상 후 1년이 지나거나 계약 갱신 시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건 기존 계약이 끝나지 않았어도 임차료를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 건물주가 계속 임대료를 올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래서 건물주의 무리한 임차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증액 상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보증금이나 월세의 9% 범위 까지만 임차료를 증액할 수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월세가 100만 원인 상가의 경우, 다음엔 109만 원까지만 금액을 올려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인상, 인하가 모두 가능하지만 9%까지 증액하는 것으로 상한 제도를 둔 것이군요. 그럼 그 내용은 모든 세입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모든 세입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상가임대차법에는 환산보증금 조건이 있는데요.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상가 건물에 대해서는 증액 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의 기준은 서울은 4억 원, 서울시를 제외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은 3억 원, 광역시와 안산시, 김포시와 광주시는 2억4000만 원, 그 밖의 지역은 1억8000만 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런데 그 기준을 초과하는 상가가 많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럼요.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서울 지역 5,035개 상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요. 환산보증금 4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가 1,125호입니다. 전체의 22.3%를 차지하죠. 특히 강남의 상가는 45.1%가 환산보증금 4억 원을 넘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들 상가들은 증액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건물주가 원하는 대로 임차료를 올려줘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건물주의 무리한 임차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증액 상한제를 시행중이지만, 환산보증금 때문에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었네요.
조규봉 기자▶ 네. 아무리 임대차 계약기간이 보장된다 한들 임대인이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상해버리면 끝이죠. 세입자로서는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요. 결국 계약기간이 남아있어도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으나마나한 법, 반쪽짜리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거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요즘은 권리금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데요. 봉기자, 이 권리금이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권리금은 기존 점포의 단골 고객, 영업 방식, 인테리어 등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거래금입니다. 임대인인 가수 싸이, 리쌍, 배우 손예진 씨가 임차인과 권리금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는데요.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보증금을 관행적으로 주고받았습니다. 권리금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었고요. 그러다보니 계속 갈등이 생겼죠. 그러다가 2015년 5월 13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의 권리금을 사수할 수 있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런데 그 내용이 개정되었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모든 상가 임차인에게 보증금, 차임 액수와 상관없이 건물 소유자가 바뀌어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 및 표준권리금계약서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죠. 이렇게 해야지 임대인들이 직접 권리금을 챙기려고 하는 사태가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주인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부한 후 임차인을 내보내고요.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직접 받았던 거죠. 하지만 이미 임차인이 형성해놓은 시설과 상권을 이용하여 임대인이 직접 영업을 하는 일 등이 일어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럼 권리금은 어떻게 받아나갈 수 있나요?
조규봉 기자▶ 권리금 회수의 일반적인 관행에서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구합니다. 권리금을 받는 약정을 먼저 하는데요. 그걸 권리금 계약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하고요. 마지막으로 기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여 나가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인가요?
조규봉 기자▶ 첫 번째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임차인이 지급받아야 할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고요. 두 번째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입니다. 세 번째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고요. 네 번째는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아니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개정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여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어요.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는 것이 아닐 경우인데요. 건물이 재개발을 한다던가. 그럴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조규봉 기자▶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할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 적용 제외 조항이 있는데요. 미리 고지했거나 노후화 된 건물 재건축의 경우가 포함돼 있거든요. 그러니 재건축을 한다는 명목 하에 나가게 되면, 자신이 전 주인에게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계약 기간은요?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은 건드릴 수 없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또 문제가 있는데요. 상가임대차보호법 조문에서는 임차상인들이 5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받고 있지만요. 지난해 8월의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종로, 영등포 일대와 강남, 신촌을 가릴 것 없이 일반적인 계약은 여전히 2년으로 되어 있거든요. 보장된 계약 기간이 5년이면 뭐 합니까 계약을 2년으로 했는데. 결국 의미가 없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잘못을 한 사람은 없는 거네요?
조규봉 기자▶ 네. 그래서 현행 상가임대차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세입자의 계약 갱신 기간을 5년간 보장해주는 것이 너무 짧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공약을 내놨지만요. 법안 개정이 제대로 이뤄질 지 장담하기는 어렵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호시탐탐에서는 갑만 챙기는 갑갑한 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 모두는 평등하니까요. 이제는 을도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