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속담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장 흔하지만 가장 가치가 없는 것이 똥이라는 것이 통념이다.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간으로부터 아래로, 모든 포식자들은 모두 똥을 배설한다. 육식을 하는 동물들은 육식의 똥을, 채식을 하는 동물들은 채식의 똥을 배설한다.
똥이 과연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 과거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인분을 모아서 퇴비를 만들어 거름으로 밭에 주었다. 인분을 뿌려주면 밭의 작물들이 아주 싱싱하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래서 과거에 어른들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자기 똥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인분의 부작용은 회충이었다. 인분을 뿌린 농작물들은 어쩔 수 없이 회충의 알을 매개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었다.
인분은 더 이상 뿌려지지 않고 그 대신에 인공 화학비료가 뿌려진다. 이렇게 자라난 식물들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늘날 과거에 무시되던 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말이 ‘똥 마케팅’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커피와 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같지만, 사실 똥과 커피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가장 비싼 커피 중의 하나인 ‘코피루왁’이 바로 똥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루왁’은 족제비 과에 속한 잡식성 동물이다.
커피의 수확기간은 대략 삼 개월이다. 이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산림에서 ‘루왁’은 커피나무들을 돌아다니며 잘 익은 커피콩을 따서 과육은 버리고 달콤한 점액질과 함께 커피 씨를 삼킨다. 커피 씨는 ‘루왁’의 위와 장을 통과하면서 점액질 부분이 제거된 상태로 똥으로 배출된다. 루왁은 커피 열매만 따서 먹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와 열대과일, 작은 동물과 곤충들을 먹는데, 이런 이유로 커피의 빈(Bean)이 ‘루왁’의 소화기를 통과하면서 독특한 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루왁’은 똥을 배설하는 자기만의 화장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루왁’의 배설장소를 잘 알고 있는 원주민들이 이 동물의 똥을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똥을 중간수집상들이 사들이고, 세척과 선별과정을 거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번화가 카페에 가면 ‘코피루왁’ 한잔에 우리 돈으로 10만원에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똥에서 탄생한 커피가격이 그야말로 놀랍지 않은가?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