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의 축제가 브라질의 수도 리오에서 열렸다. 지금은 장애인 올림픽인 페럴림픽이 시작되었다.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커피이다. 커피의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렸는데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은 올림픽 개회식이나 폐회식을 비롯하여 모든 행사에서 커피에 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메달도 커피생두 모양으로 만들었다면 그야말로 ‘히트’상품이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커피의 냄새조차 풍기지 않았다. 대신에 개회식과 폐회식의 클라이맥스(climax)에는 어김없이 거대한 생명을 상징하는 ‘나무’가 등장했다. 아마존 밀림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브라질이 커피에 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커피의 역사는 1723년부터 시작된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모든 커피는 테클리외 대위가 프랑스에서 마르티니크로 가져온 커피나무로부터 시작되었다. 브라질에서 커피가 본격적으로 재배 된 것은 1735년 이후의 일이다. 당시에 네덜란드는 아메리카 가이아나의 수리남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커피 종자를 이웃나라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 금지령의 목적은 프랑스인과 네덜란드인을 제외한 그 어떤 아메리카인들이 커피농장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프랑스인들과 네덜란드인들이 땅의 경계를 가지고 다투는 일이 많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브라질 사람인 ‘파라’라는 지역에서 온 공무원 팔헤타라는 사람을 불렀다. 그는 매혹적인 음악으로 프랑스 총독의 부인을 매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축제가 벌어지는 가운데 총독의 부인은 팔헤타에게 향기로운 꽃다발을 선물했는데, 그 속에 잘 익은 커피열매 한주먹이 들어 있었다. 팔헤타는 그 선물을 가지고 재빨리 배를 타고 아마존 강 어귀로 갔고 그곳에서 커피는 브라질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브라질은 커피재배를 서두르지 않았다. ‘파라’에서 오늘날 주산지인 ‘상파울루’의 고산지대로 퍼져 나가기까지는 50년 이상이 걸렸다. 사탕수수 농장이 브라질 전역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커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하자 브라질은 대규모로 커피농장을 일군다. 이때 대부분 커피를 파종한 토지는 원시림을 파괴하고 만든 땅이었다. 식민지 이주민들과 그들의 노예들은 브라질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나무들을 파괴하며 그곳에 불을 놓아 다 태워버린 후에 그곳에 커피농장을 일궜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커피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브라질의 원시림은 급속도로 파괴되어 나갔다.
이만하면 브라질 올림픽에서 커피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지만 아마존 밀림 파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