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긴 여정이 시작된 건 7월의 어느 날이었다. 두 남자는 오래전부터 특정한 날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노르웨이 북쪽, 베스트피오르에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다. 간절히 기다려온 초월적 고요의 바다 위에서 두 남자는 북대서양 가장 깊은 곳을 헤엄쳐 다니는 그린란드상어를 기다린다.
두 남자의 상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어잡이가 아닌 꿈을 향한 여정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바다에서 거친 파도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를 북유럽 문학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담아냈다. 사계절 내내 바다 위에 머물며 경험한 바다의 고요와 격랑, 삶과 바다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에 담겼다.
“우리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거울처럼 맑은 물 위에 있다. 어쩌다 한 번씩 이렇게 바람 한 점 없는 상태를 로포텐 사람들은 ‘초월적 고요’라고 부른다. 우리가 떠 있는 바다의 깊이는 500미터다. 하얀 물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해초 사이에 바다연어, 어패류, 대구, 명태 그 외 수많은 어종이, 특히 알에서 깬 어린 물고기들이 산다는 걸 우리는 안다. 해초 숲 밑으로 150미터, 200미터까지 더 내려가면 그곳의 물이 모든 빛을 삼켜버린다. 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하든 상관없이. 수명을 다하기 직전의 낡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빛을 닮은 흐릿한 광채만이 멀리서 감지된다. 약 500미터 깊이에서는 완전히 깜깜하다. 광합성조차 불가능해 식물은 살 수가 없다. 바로 그곳에 그린란드상어가 산다.” (p.51)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에는 바다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신화와 문학은 물론 시와 과학, 역사, 생태학, 소설, 신화를 넘나들며 바다를 언어로 표현했다. 바다 위에서 겪는 아름답고도 세찬 모든 순간을 담아낸 그의 열정은 한 문장, 한 문장을 거쳐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 지음 /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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