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시민들이 퇴직 후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다. 작은 카페 하나 예쁘게 꾸며서 창업하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든지 아니든지 사실 카페운영이 만만해 보이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재정형편이 좋으면 프렌차이즈(franchise) 카페를 차려서 폼 나게 운영해 보겠지만 창업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카페가 임대로 나왔다고 하면 앞뒤재지 않고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작하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몇 달 만에 후회가 찾아온다. 그토록 꿈꾸던 개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장밋빛 청사진은 어디로 가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어려움에 한숨만 나온다.
임대료를 내야하는 날은 너무 빨리 다가오고, 부가세 신고를 비롯해서 해보지도 않았던 일들에 매달리게 되어 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나마 손님이 많으면 즐겁게 하루를 보내지만, 손님이 없어도 매장을 비울 수는 없어 따분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아르바이트 학생을 구해서 잠시 쉬고 싶어도 매장 운영이 안 되니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한지 오래다. 이렇게 장사가 잘 안되는데 길 건너편 상가가 수리를 시작한다. 관심 있게 살펴보니 유명한 프렌차이즈(franchise) 카페가 들어설 예정이란다. 이전에 카페주인이 가게를 헐값에 내놓고 도망치듯 떠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지만, 이미 자기 신세가 이전 주인의 형편과 다를 것이 없어 씁쓸하기만 하다.
통계에 따르면 개인 자영업자 10명중 4명이 창업한지 불과 몇 달 만에 문을 닫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지난해에는 폐업한 자영업자가 9만 명으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중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할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렇게 개인 창업에 실패하고 문을 닫은 사업자는 생계를 위협받는 상태에까지 몰리기도 한다.
중산층을 꿈꾸던 이들이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이런 상황이 결국에 서민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게 된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민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걱정스러운 일은 최근에 골목마다 카페들이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가 생길 자리가 아닌데도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영업을 하려는 서민들이 카페 외에는 달리 해볼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이들의 출발을 축하하기에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제안하는 말이다. 이왕에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간다면, 커피 맛이 좀 없어도, 인테리어가 허름해도...심지어는 가격이 서비스에 비해 비싸도 우리 동네 작은 카페를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