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10명 중 9명,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불안’

임신부 10명 중 9명,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불안’

기사승인 2016-10-06 16:43:52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최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 이슈로 생활화학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임산부 10명 중 9명은 임신기간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56.3%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임산부는 유해 화학물질 노출을 피하는 생활수칙에 대한 정보 부족을 느끼고 자신의 실천방법에 대한 불안감이 커 임신 기간 중 화학물질 노출의 위험성 및 이를 줄이는 생활수칙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오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병원을 찾은 임산부 1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해 화학물질 제품 노출 및 관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화학물질 불안감 임신 전보다 증가…태아 노출 우려 때문

조사 결과 임산부 응답자의 99.2%는 생활 속 화학물질 제품 노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는 임신 전에 비해 28.9% 높아진 수치로 임신이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화학 노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화학물질 및 제품이 태아에 기형을 유발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87.4%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화학물질 및 제품이 본인의 건강을 해칠 것 같아서(41.7%)’, ‘미디어를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자주 소개되어서(33.9%)’라는 응답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노출을 걱정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질문에서도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성분인 환경 호르몬 비스페놀A(74.8%)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68.9%)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가구 내장재에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47.9%)과 몸집이 큰 생선에 함유된 수은(37.0%), 납(26.1%) 성분이 그 뒤를 이었다.

◇과도한 경계심이 스트레스 유발…오히려 태아 건강 방해

응답자의 85.9%는 임신 기간 중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 방법으로는 ‘자연유래, 무첨가, 친환경 인증 제품 사용’(55.1%)과 ‘실내에 있는 화학물질 배출을 위한 잦은 환기’(50.4%)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자신이 실천한 방법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해 생활 속 실천 방법에 대한 의구심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불안감은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6.3%가 화학물질 노출을 피함에 있어 스트레스를 경험했으며, 특히 잘못된 생활 수칙이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96.1%).

이어 ‘현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해(94.9%)’,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평소 생활에 불편함을 느낌에 대해(90.8%)’ 순으로 스트레스가 높았다.

이에 반해 친환경 제품 구매 등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61.8%).

김영주 교수는 “임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 유해 물질에 노출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유발, 오히려 임부와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현대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의 노출을 100% 차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임산부에게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되도록 피하고, 제품의 용법 용량을 지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연제품 무조건 좋은 것 아냐…영양제는 효용성 따져야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임산부의 불안감은 친환경 및 천연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2.7%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또는 천연 제품을 구입한다고 답했으며, 영양제를 복용 중인 임산부의 과반 이상(56.9%)이 영양제 구입 시 천연 성분 함유 여부를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꼽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천연 엽산과 합성 엽산의 효능 차이를 묻는 질문에서도 87.5%의 응답자가 천연 엽산은 합성 엽산과 효과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엽산제와 같은 영양제 구매 시에는 무조건 천연 유래 성분을 고집하기 보다는 제품의 성분과 흡수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영주 교수는 “엽산은 선천성 기형아 예방에 중요한 요소로, 임신부에게 엽산제 복용을 권하는 것은 평소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천연 엽산의 체내 흡수율이 합성 엽산에 비해 60% 정도로 낮기 때문”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임신부 10명 중 1~2명가량은 엽산 흡수를 방해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에게는 흡수율이 높은 합성 엽산의 복용이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태아 건강과 관련해 우려되는 사항들은 산부인과 방문 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무엇보다 임부가 편안한 마음으로 안정적인 산전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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