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우리는 생명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다. 그 흐름에 따라 나아가며 삶을 꽃피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난다. 이 같은 생의 영원성은 바로 여성의 생명력 넘치는 태(胎)로부터 비롯된다. 저가 엘리스 페르네는 3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통해 생명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한다. 3대의 여성이 살아가고 교감하고 사랑하는 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통해 삶의 절정과 소멸, 그리고 재생이 끝없이 되풀이 되는 과정을 우아하게 수놓는다.
“마틸드는 첫 아이를 낳았다. 하룻밤 사이에 격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그녀는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다.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틸드는 기진맥진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지러웠고 의식이 안개 속에 잠긴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는 출산이 무엇인지 알았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물과 피가 그녀 안에서 어떻게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탄생의 과정을 끝내자 마틸드는 그녀 자신도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그녀의 자산이라고 생각했다.”(p.86)
‘이터너티’는 19~20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가문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여성의 삶과 운명, 그리고 여성으로부터 이어지는 생(生)의 영원성(eternity)을 그린 프랑스 소설이다. 트란 안 훙 감독이 연출하고 오드리 토투·멜라니 로랑·베레니스 베조가 주연한 영화 ‘이터너티’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키스, 달콤 쌉싸래한 결혼, 엄마가 된 기쁨,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딸로 전해지는 생명의 비밀과 결코 끝나지 않을 삶의 이야기가 1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장대하게 펼쳐진다.
알리스 페르네 지음 / 김수진 옮김 / 을유문화사 / 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