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 ‘마음’까지 보듬는 응급실 늘어난다

자살시도자 ‘마음’까지 보듬는 응급실 늘어난다

기사승인 2017-03-02 14:41:31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전라북도 익산시 20대 여성 A씨는 14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알코올중독에 걸린 아버지와 어렵게 살다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음주와 자해, 자살시도를 반복했다. 응급실에서 만난 사례관리자는 A씨에게 의료비를 지원받도록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치료를 받게 하는 한편 알코올 의존도를 낮추도록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연계했다. 소식이 끊어진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고 거의 매일같이 A씨와 전화상담을 한 결과,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복지사와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총 27개에서 42개 응급실로 확대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일반인보다 자살위험이 25배 이상 높은 자살시도자의 자살재시도 예방을 목적으로, 병원 응급실에 배치된 전문 상담인력이 자살시도자에게 전화 또는 방문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까지 해당 사업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 비수혜자의 사망률은 14.6%인 반면 서비스 수혜자의 사망률은 5.9%로 나타나, 해당 사업을 통해 자살시도자의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춘 성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이에 올해부터는 사업 시행 응급실이 기존보다 확대됐다. 복지부의 사업수행기관 공모‧심사 결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강원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15개 응급실이 추가돼 총 42곳에서 사후관리사업이 시행된다.

특히 해당 사후관리사업을 시행하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는 치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기금으로 지원되는 치료비는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되는데, 총 지원액이 지난해 2억5000만원에서 올해에는 4억원으로 확대됐다.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해당 사후관리사업을 운영 중인 강영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자살시도로 인한 상처나 중독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며, “응급실을 나간 후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신과 치료나 사회‧경제적 지원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오는 3일 오전 제주대학병원을 방문해 각 응급실 사업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할 예정이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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