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며 인천공항공사는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이 밖에도 새 대통령 선출로 일자리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죠. 그러나 아직도 일부 사람들의 일과 임금에 대한 인식은 모자라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고노동 저임금 업계로 유명한 엔터 업계는 더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KBS 웹드라마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의 팬들이 모이는 게시판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갤러리’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글이 게재됐습니다.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의 연출인 고국진 피디가 직접 올린 글의 제목은 ‘포스터 디자인 해 주실 분 있을까요?’였습니다. 고 피디는 드라마의 홍보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제작발표회때 쓸 공식 포스터와 현수막으로 쓰고 싶다”며 “선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사례금과 특별선물을(드리겠다)”는 글을 썼죠.
포스터 제작은 프로의 영역이기에 팬들은 당황했습니다. 언뜻 제목과 내용을 보면 포스터 디자인 외주를 구하는 글로도 보이지만 실제 사용용도와 비용, 기간 등을 고지하지 않은, 정식 외주 의뢰로 보기에는 한참 모자란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높은 퀄리티의 팬 메이드(Fan Made) 저작물을 선보였다가, 공식 콘텐츠로 채택된 경우가 업계에 간혹 있었기에 팬들은 혹시 제작사 측이 저비용으로 높은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 팬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결국 팬들은 “공짜 외주를 구하는 것 아니냐” “팬들이라고 적은 금액으로 노동 착취하겠다는 것이냐”등의 덧글을 달았고, 해당 게시글은 어떤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삭제됐습니다. 간접적으로 팬들의 의문을 수긍한 모양이 된 것입니다.
웹드라마라고는 해도 공영방송이 제작하는 드라마이기에 팬들의 당황은 더욱 커졌습니다. 담당 피디의 해명이 빨랐다면 그저 팬 저작물과 정식 외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고 피디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드라마라는 콘텐츠는 엄연히 제작비라는 것이 있고, 포스터 제작비 또한 드라마 제작비의 영역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지급돼야 합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앞장서 정당한 노동을 추구하기는 커녕 팬심(Fan心(심))을 대가로 팬들에게 저임금 고노동을 시키고 이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모양새는 나쁜 선례만 남길 것이 분명하죠.
아직도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측은 어떤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당한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은 언제쯤 제대로 잡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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