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다. 한 번의 실수는 흔한 일이니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열 번을 한다면 사람들은 실수를 한 당사자를 어떻게 보게 될까. SBS는 정말로 ‘일베 방송’일까.
SBS의 계열사인 SBS 플러스 시사 풍자 프로그램 ‘캐리돌뉴스’가 17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합성 이미지를 뉴스에 사용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의 표지를 장식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소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노벨평화상을 받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19대 개통령으로 최근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표지가 뉴스 그래픽으로 나란히 사용됐다.
논란의 시발점은 故 노 전 대통령의 표지가 고인을 모독하는 내용의 합성 표지임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해당 표지는 원문인 ‘Hello, Mr. Roh’ 대신 ‘Go to Hell Mr.Roh’(지옥에 가라. 미스터 노)라는 내용의 헤드라인이 합성돼 있다. 이는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고인을 모독할 목적으로 합성한 사진이다. 뉴스 직후 이 그래픽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SBS는 현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단순히 한 번의 실수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일간베스트저장소는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를 법하게 고인을 모독하는 표지를 합성, 교묘하게 검색에 노출시키는 수법을 사용해 이미 많은 이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인을 모독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SBS의 ‘일베’ 이미지 사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SBS는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 고인의 합성 이미지를 2건 사용해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2014년에는 ‘런닝맨’에서 2건, ‘매직아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각 1건씩 등 4건이나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받았다. 2015년 ‘한밤의 TV연예’에서는 고인을 모독할 목적으로 합성된 영화 ‘암살’ 포스터를 사용했으며 ‘8뉴스’에서는 ‘일베’에서 고인의 음성을 따 제작한 음원이 방송을 타는 한편 공식 헌법재판소 로고 대신 ‘일베’ 합성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캐리돌뉴스’의 방송사고는 10번째 사고인 것이다.
SBS는 ‘일베’ 관련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경위를 판단해 시정할 것이며, 추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사과문만 게재될 뿐, 끊임없이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관련자들의 처벌이나 징계 등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SBS 내부에서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만 커졌다. 더불어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10번째 사고가 되자, 이제는 SBS 그래픽 담당자 혹은 데스크 담당자가 ‘일베’ 회원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약 담당자가 ‘일베’ 회원이라고 해도 그를 강제적으로 교정할 수는 없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분명 사회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고, 그 또한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 혹은 누군가에 대한 지엽적인 모독이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언론을 통해 표출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파급력을 다시 한 번 주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강력한 징계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여태까지와 같은 타성에 젖은 조치로 끝난다면, SBS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일베 방송’이라는 딱지뿐만 아니라 언론사로서의 기본적 기능을 상실한 ‘편파 방송’이라는 낙인, 그리고 시청자의 외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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