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인천 8세 여아 유괴 살인사건의 공범인 10대 소녀가 주범인 A양에게 "훼손된 시신 일부를 선물로 달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공범 B양 측은 이에 관해 "거짓말인 줄 알고 장난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에서 열린 인천 8세 여아 유괴·살인사건의 공범 B양(18)의 2번째 심리에서 B양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B양이 주범인 A양(16·구속)에게 먼저 “피해자 C양(8·사망)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선물로 달라”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B양측 변호인은 "B양은 당시 상황에 대해 실제가 아닌 A양의 거짓말인 줄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B양 측 변호인 주장에 따르면 B양은 주범인 A양과 범행 1달여 전부터 SNS를 통해 알게 된 사이. 온라인 '역할놀이'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알게 됐고, 이후 두 사람이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A양은 살인자, B양은 공범의 역할을 맡아 가상의 역할 놀이를 하는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범행 당일인 지난 3월29일 B양은 A양으로부터 ‘선물’을 건네받았으나 이 선물이 C양의 시신 일부라는 사실을 집에서 확인한 뒤 B양은 이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당황한 나머지 A양과 주고받은 SNS 기록 등을 모두 삭제했다고도 주장했다.

종합하자면 B양은 A양이 C양을 유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생생히 전해 들었지만, 이를 A양의 장난 혹은 가상의 역할놀이라고 생각했을 뿐 실제 범행인 줄 몰랐기 때문에 B양의 행위를 살인 방조로 볼 수 없다는 것. 변호인은 B양이 A양에게 시신 일부를 선물로 달라 했던 이야기도 단순히 역할놀이에 심취해 한 발언일 뿐, 실제 시신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주범인 A양의 추가 진술서를 제출, B양의 주장을 반박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A양은 B양이 ‘선물’을 건네받은 자리에서 바로 이 선물이 훼손된 C양의 시신 일부임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B양은 A양에게 “선물이 예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A양은 진술했다.

재판부는 다음 심리이자 결심 공판에서 A양을 증인으로 불러 이를 확인할 계획이다.

B양은 지난 3월 29일 오후 5시44분쯤 서울의 한 전철역에서 이번 사건의 피의자 A양이 살해한 초등학교 2학년생 C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사체인줄 몰랐고 집 근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한편 A양은 같은 날 오후 12시47분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C양을 꾀어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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