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옥자’ 친구를 구하러 갔다가 영웅이 된 소녀 미자의 이야기

[쿡리뷰] ‘옥자’ 친구를 구하러 갔다가 영웅이 된 소녀 미자의 이야기

‘옥자’ 친구를 구하러 갔다가 영웅이 된 소녀 미자

기사승인 2017-06-13 07:00:00

※ 해당 기사는 영화에 대한 상당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독자는 영화 개봉 후 해당 기사를 접하기를 권합니다.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내부의 동물 학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극장 상영 반발과 넷플릭스의 마케팅, 500억이라는 예산 규모와 봉준호 감독의 과감성까지, 영화 외부적인 요소들은 상영 시간 120분 내내 끊임없이 물음표를 가지고 스크린을 넘나든다. 그러나 ‘옥자’를 보고 난 관객들은 모두 그 의문에 답을 얻을 것이다. 예산은 어디에 쓰였는가, 봉준호 감독은 왜 넷플릭스를 택했는가. 어쨌든 ‘옥자’는 봉준호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게 전권을 맡긴 넷플릭스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다.

과거에 동물 학대 실험을 일삼았던 글로벌 기업 미란도 사는 새 경영진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를 맞아 기업 이미지의 혁신을 꾀한다. 바로 자연주의 대체식량 프로젝트인 ‘슈퍼 돼지 프로젝트’다. 10년 동안 26마리의 슈퍼 돼지를 26개국의 농부에게 맡겨 기른 후, 그 중 가장 우수한 돼지를 뽑고 그 돼지를 번식시키겠다는 취지의 슈퍼 돼지 프로젝트. ‘옥자’는 그 중 한국으로 오게 된 돼지다.

돼지 옥자는 4세의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를 만나 10년 동안 한국의 산속에서 자유롭게 방목된다. 슈퍼 돼지라서일까, 유난히 높은 인지능력과 감수성을 가진 옥자는 위기에 처하는 미자를 구하는 등 영리함까지 발휘하며 미자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10년 계획의 프로젝트가 끝날 날이 다가오고, 옥자는 어느 날 미란도 사에 의해 뉴욕으로 가게 된다. 미자에게는 청천벽력이다. 옥자를 되찾기 위해 서울로 떠난 미자는 옥자가 사실은 아리조나에서 자연 출생한 돼지가 아니라 유전자 조작 돼지인데다 곧 동물 실험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동물 학대 반대 조직인  ALF까지 가세하며 미자는 옥자를 찾기 위한 먼 여정을 떠난다.

‘옥자’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동물 학대 반대부터 대기업들의 부당 축재, 그리고 홍보를 위해 부풀려진 거짓말들 외에도 인종 차별까지. 봉준호 감독은 한국의 산골 소녀 미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능숙하게 배치해, 영화의 다채로운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이 메시지를 노출하는 방법은 지나치게 적나라하지만 그만큼 직설적으로 와 닿는다. 

일례로 미자의 할아버지인 변희봉은 그 자체로 한국의 가족애가 가지는 이중성을 부끄러울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엉뚱한 사고들은 언어 통역이라는 1차적 수단으로서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하지만, 마냥 개운한 웃음만은 아니다. 동물을 더없이 사랑하지만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눈물 흘리며 잔인한 실험을 자행하는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의 위선을 ‘내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타 인물들 속에서 가장 순수한 미자는 자연스레 관객의 안식처가 된다. 어떤 추악함을 목격해도 끝끝내 일어서고, 마지막에는 어른들의 논리를 이용해 위기를 타파하는 미자. 미자의 스펙터클한 돼지 추적 일대기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 서비스와 동시에 극장 개봉된다. 영화 마지막의 쿠키 영상 또한 백미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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