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부산=강민한 기자] K2전차 국산 변속기 양산을 앞둔 방산업체와 방위사업청이 국방규격을 둘러싸고 가처분 소송을 제기 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K2전차 국산 변속기 최초생산품 내구도 시험에 대한 국방규격으로 9600km에 달하는 내구도 시험 중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규격 적용이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데 있다.
30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험지 운행과 변속, 조향, 제동, 냉각 등 다양한 요구를 수행해야 하는 궤도차량용 변속기의 특성상 변속기 수명 이상의 무결함을 요구하는 현재 국방규격은 기술적 오류이자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국방규격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내구도 시험 중 어떠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생산업체인 S&T중공업은 이 기준으로는 내구도 시험을 무한 반복할 수밖에 없어 K2전차 국산 변속기 양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 국방규격에 대해 기술적 오류를 지적하는 기계공학, 자동차공학 및 신뢰성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은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에 대한 현재의 국방규격으로는 내구도 시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동철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 명예교수는 “신뢰도에 대한 요구사항 명시 없이 9600km까지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변속기를 만들라는 요구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를 비롯한 한양대, 카이스트, 경희대, 군산대, 부경대 등 6개 대학에 국방규격에 대한 자문결과 기술적 오류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변속기의 내구도를 기술적으로 검증할 수도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은 자동차 산업 및 기술 발전 등을 위해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수십 년 동안 관련 산업 및 기술 발전을 선도해 온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방사청은 미국 M1A1 전차의 변속기 내구도 시험인 6400km보다 엄격한 국방방규격을 적용하면서 방산업체의 국방무기 국산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T중공업은 이런 국방규격 내구도 시험 기준과 관련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방위사업청에 국방규격의 명확하고 합리적인 해석과 변경을 건의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검토 절차 없이 S&T중공업의 건의를 일방적으로 기각했다.
이에 S&T중공업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위사업청의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재시험 요구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소송을 제기했으며, 본안소송도 준비 중이다.
한편,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은 지난 2월 볼트 1개가 부러지는 고장으로 잠정 중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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