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부산=강민한 기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50대 여성이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신변보호용 위치추적장비의 허점으로 숨지자 유족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6시 35분쯤 부산 강서구의 한 주점 앞에서 이 주점 업주인 임모(57)씨가 11년간 동거하다가 지난 7월 헤어진 배모(58)씨가 휘두른 흉기에 몸 여러곳을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씨는 배씨와 헤어진 후 배씨가 아파트를 찾아와 욕설을 하고,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하는 등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도움을 요청, 지난 18일부터 신변 보호를 받았다.
경찰은 임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하루에 2번 신변 확인을 하는 등 신변 보호를 해왔지만 임씨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사건 당일도 배씨가 임씨의 주점으로 찾아오자 임씨는 긴급신고 버튼을 눌렸다. 이때가 오후 6시 28분쯤으로 경찰 112 상황실은 임씨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순찰차를 출동시켰다.
그러나 임씨가 건물 내부에 있어 GPS를 통한 위치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임씨의 위치가 아파트와 주점 사이로 나타나자 순찰차는 주점이 아닌 임씨의 집으로 먼저 출동해 9분 만에 도착했다.
임씨처럼 건물 내부에서 스마트워치의 버튼을 누를 경우 GPS를 통한 위치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주점이 위치한 곳이 도농 지역이어서 와이파이 접속 위치가 잡히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스마트워치는 GPS와 와이파이, 기지국 표시 3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신고자의 위치를 알리는데 맨 먼저 위치를 오차범위 10m 내로 알리는 GPS 방식을 쓰다가 이 방법이 실패하면 오차범위 최대 300m의 와이파이와 기지국 방식을 순차적으로 시도한다.
GPS, 와이파이와 달리 기지국 표시 방식은 매우 부정확해 기지국마다 반경이 다르지만 넓은 곳은 2㎞나 되는 곳도 있어 임씨 처럼 도심을 벗어나거나 건물 내부에 있으면 스마트워치가 기지국 방식으로 작동돼 신고자 위치를 찾기가 힘들다.
결국 경찰은 통신사 기지국 반경으로만 위치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었고, 이 반경 내 임씨의 집과 주점이 모두 포함돼 경찰은 미리 파악하고 있던 임씨의 집을 먼저 선택했다.
112 상황실은 앞서 배씨가 임씨의 아파트로 찾아와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집으로 먼저 순찰차를 보냈지만 임씨는 집에 없었다.
이에 경찰은 약 400m 떨어진 임씨의 주점으로 이동했다. 도착 시각은 신고 후 11분가량이 지난 오후 6시 39분쯤이었다. 이 시간은 4분 전인 6시35분쯤 배씨가 휘두른 흉기에 임씨가 이미 찔린 후였다.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인 오후면 임씨가 주점으로 출근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집이 아닌 주점으로 바로 향했다면 임씨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경찰의 정보부족에 치밀하지 않은 안일한 대응과 임씨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찰의 위치추적 장치의 허점이 임씨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 전인 오후 4시 20분쯤 신변 확인을 위해 순찰업무를 하는 지구대 경찰관이 주점을 찾아 임씨가 주점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지구대와 112상황실 간 정보 공유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경찰 관계자는 “위치 추적장비의 기능적 한계가 있음에도 장비를 너무 맹신한 것은 아닌지와 이번 사건은 경찰의 부서 간 정보 공유 부족과 역할 실패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씨의 동선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직장 같은 주요 거점도 몰랐다는 사실이 안일함의 증거가 아니겠냐”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보호대상자들의 주요 거점을 꼼꼼하게 재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신변 보호를 요청했는데 경찰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며, 경찰이 대처만 잘했어도 죽지 않아도 될 목숨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배씨는 사건 하루만인 22일 오후 울산에 있는 지인의 집에 숨어 있다가 붙잡혔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4일 살인 혐의로 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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