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는 독특한 설정을 차용했지만 결국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배아파 낳은 자식을 사랑한다. 그러나 모든 어머니가 그렇지는 않다. 인생의 복잡한 여정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은 어머니의 모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희생부활자’는 살해당한 이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누군가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간헐적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RV(Resurrected Victim)라고 불리며, 자신의 복수를 하면 다시 죽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갓 임용된 검사 서진홍(김래원)의 어머니 역시 희생부활자로 돌아온다.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해 장례까지 치른 어머니 명숙(김해숙)이 7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놀란 누나의 연락을 받고 온 진홍은 명숙에게 공격받는다. 분명 7년 전 어머니를 죽인 것은 오토바이 강도인데, 왜 명숙은 진홍을 공격할까. RV들이 자신을 죽인 대상에게만 공격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진홍은 주변에서 어머니를 죽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어머니의 죽음 또한 재조사에 들어간다.
‘희생부활자’의 이야기 구조는 복잡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그 많은 이야기들은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주제의식은 명료하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죄를 지은 이들은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야기들은 매끄럽지 못하고 거칠게 봉합된다. 명숙의 서사는 진홍의 정당화 앞에 무뎌진다. 이야기가 안이하니 진홍이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기보다는 자기합리화에 급급해 보인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김해숙의 모정 연기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지점이다. 김해숙은 10일 오후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희생부활자’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행보가 후배들이 올라오는 자리를 다진다는 생각으로, 여배우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10월 중순 개봉 예정.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