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마더!' '신은 인간을 사랑하는가'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대답

[쿡리뷰] '마더!' '신은 인간을 사랑하는가'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대답

기사승인 2017-10-14 16:18:21

영화 ‘마더!’(Mother!·감독 대런 아르노프스키)는 화재로 소실됐던 대저택을 다시 그대로 짓고 사는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그 이후로 글을 쓸 수 없게 됐지만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남편이 곧 글을 쓸 수 있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천천히 집을 수리해나간다. 넓은 초원 위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아름다운 저택에는 단 둘 뿐이다.

어느 날 늦은 시각 이 저택에 정형외과 의사라는 남자(에드 해리스)가 찾아온다. 그 집을 민박으로 착각했다는 그를 남편은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일부러라도 찾아오기 어려운 이 집을 숙박 시설로 착각했다니, 아내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남편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남자는 집안에서 흡연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등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리고 다음날, 남자의 아내(미셸 파이퍼)가 그 집에 찾아온다. 이 의사 부부는 무례하기 그지없어 아내는 부부를 내보내고 싶어하지만, 설상가상 부부의 아들들까지 집에 찾아오며 조용하던 저택은 난장판이 된다.

남편에게 고통을 호소하며 손님들을 내보내자고 말하지만, 남편은 아내보다는 손님들이 더 중한 듯 군다. 점점 더 많이 찾아오는 의사 부부의 손님들. 아내가 하나하나 공들여 수리한 저택은 곧 엉망이 된다. 부부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려던 손님들을 쫓아낸 뒤 부엌으로 간 아내의 눈에 보이는 건,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은 싱크대에 올라가 앉아있는 이들이다. 게다가 무례하게 집적대는 남자까지. 결국 저택은 부서지고, 손님들은 모두 저택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제야 저택은 평화를 찾은 듯 보인다.

그러나 다시 글을 쓰게 된 남편의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다시 악몽이 찾아온다. 남편의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저택에 찾아온 손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며 저택이 다시 부서지기 시작한다. 임신까지 한 아내는 그 모든 이들이 제발 저택에서 나가주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여전히 손님들이 쉴 공간이 필요하다며 아내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손님들은 눈물을 흘리고, 간증을 하는 등 마치 남편이 신이라도 된 듯 군다. 아내는 이상함을 느끼고 아이를 낳기 전에 저택에서 자신이라도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마더!’는 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본 관객들이라고 하더라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종교적 기호로 가득차 있다. 초반은 평온한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해 알아차리기 힘들지 모르나, 갈비뼈를 다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시작되는 아담과 이브에 대한 상상, 형제간의 다툼이 보여주는 카인과 아벨 등을 보다 보면 노골적이고도 빠른 성서적 비유를 금세 깨닫게 된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순간은 예수의 탄생이며, 이후 영화는 기원후 인류사를 빗대듯이 전쟁과 폭력, 테러와 혼란으로 가득차게 된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아내의 존재는 영화의 제목인 ‘마더!’가 상징하듯 대지, 혹은 대자연으로 치환된다. 자연보다는 손님을 감싸안으며 그들을 긍휼히 사랑하는 남편인 신, 그리고 대자연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손님인 인간들 사이에서 관객은 대자연이 떠안게 되는 고통을 고스란히 맛보게 된다.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 중 최고의 연기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제니퍼 로렌스의 광기어린 연기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자리에 붙들어 맨다. 그간 레퀴엠'(00), '더 레슬러'(08), '블랙스완'(10), '노아'(14) 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관찰하는 동시에 섬세한 종교적 비유를 해온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연출력은 ‘문제작’이라는 단어 이상의 고민을 안긴다. 오는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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